윤형진 /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강사

[학술-토론2]

당-대중 개조체계와 중국혁명사 재해석

윤형진 /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강사

  김판수의 논문은 연구사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대중을 정치적 주체로 보는 관점을 통해 중국 혁명사를 재해석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분석틀로서 ‘개조’와 ‘개조체계’라는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의 창당(1921) 무렵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에 이르는 시기의 혁명사를 당-대중 개조체계의 형성과 변화의 역사로 파악한다. 이러한 시도는 공산당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대중에 주목하는 것 역시 중국화 된 사회주의의 핵심적 특징으로 인식되어 온 대중노선에 대한 오랜 관심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혁명과정에 나타난 담론, 실천, 제도화의 상호작용을 해명하려고 시도함으로써 성공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좀더 입체적으로 중국혁명에 접근하고 있다. 사상사와 정치사, 그리고 사회경제사 등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혁명사 연구의 성과를 활용하면서도 독자적인 틀로 이 성과들을 종합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또한, 대중에 대해서도 동원의 객체가 아닌 정치의 주체였음을 강조함으로써 기존의 연구들과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항일전쟁 후기인 1943년부터 국공내전 시기인 1947년 무렵까지, 중국공산당의 담론과 정책에서 대중이 ‘개조’의 주체로서 강조되고, 그것이 실천에 옮겨져서 결국 당의 통제를 벗어나는 범위까지 급진화하는 양상을 해명한 부분이 이 논문의 핵심적인 성과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당-대중 개조체계가 형성되고 변질된 과정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핵심적인 정치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건국 이후 문화대혁명 시기까지 반복해서 대중의 에너지를 정치운동에 동원하면서도 강고한 당-국가의 지배력을 유지했던 체제의 원형을 저자의 분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옌안 정풍운동에서 건국 이후 정치운동의 기원을 찾는 분석보다 한층 긴밀하게 혁명 과정과 건국 이후의 체제가 가진 관계를 밝힌 것이다. 또한 저자가 설명하는 ‘개조체제’의 변질은 혁명운동에서 국가건설로의 전환을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자의 분석이 건국 이후의 역사를 설명할 때 확실한 유용성을 가지는 것에 비해, ‘개조체계의 경험’이 ‘공산당이 정치사회의 개혁을 더욱 민주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의 전망은 아직은 잠재적인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저자가 제시한 ‘개조’라는 개념과 ‘개조체계’라는 분석틀은 중국의 당-국가 정치의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도구로서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근대국가 건설이 가지는 특수성의 일단을 해명할 수 있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념이나 체제와는 무관하게, 따라잡기를 통한 국가건설이라는 목표 앞에서 보이는 유사한 사유와 실천의 양상이 이 개념을 통해 좀 더 분명하게 포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논문에서 이론적 자원으로서 검토하고 있는 ‘개조체계론’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일본과 중국의 관련 담론을 주로 기존 연구들에 근거하여 개관한 것이고, 이러한 개관은 저자 특유의 공산당-대중 개조체계를 구성하는 이론적 기반으로서는 보완의 여지가 있다. ‘개조’와 ‘개조체계’라는 개념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엄밀하고 풍부한 개념사적 접근을 통해 ‘개조’ 담론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혁명 과정에서 나타난 간부와 대중의 관계만으로는 이 개념의 가능성이 충분히 발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개조’ 개념의 계보에 대한 탐구와 함께, 다른 시공간에 대해 이 개념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후속 연구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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