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습비, 그것이 알고 싶다


  실험실습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실험실습비는 대학원지원팀에서 실험실습에 사용되는 기자재 구매나 학술 세미나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돈으로, 회식비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대학원 재학생이 참여한 세미나나 콜로키움 등의 저녁 식사에 한정해서 지원되고 있다. 각 학과의 재학생 수에 비례해서 지급되는데, 과별로 재학생 수가 상이하기 때문에 지급되는 금액 또한 몇 십 만원에서 몇 천 만원까지 큰 격차가 있다. 실험실습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예산집행 전에 사전집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 집행 이후에는 지출품의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정책국에서는 한 학과의 실험실습비의 부적절한 전용, 사전집행계획서와 지출품의서, 증빙자료 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감사가 요청된 사안으로 현재 조사 중에 있다.

  원총 측은 “원우들이 낸 소중한 등록금이 원우들의 역량 강화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것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며,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한상준 대학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며, 부당 이득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된 사람들도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예산집행에 대해 사전에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는 “서류만 가지고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전담직원이나 조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들이 많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문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으로는 “감독의 문제를 느끼고 있으며, 관리자 또한 책임이 있지만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예산을 부당한 목적으로 전유한 학과에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접근이 어려운 감사 내역

  이번 실험실습비 감사요청 건은 조사 이후에 공식적인 답변을 통해 진위가 확인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원우들의 등록금으로 마련되는 실험실습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사전집행계획서와 지출품의서를 받고 있음에도 제출된 자료에 대해서 철저한 회계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명백해 보인다. 이는 원총과 각 계열 학생회에서 학생자치비 사용을 감사하는 것과 대조된다. 원총과 단과대에서도 실험실습비와 비슷하게 학술 세미나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예산계획서와 지출품의서, 증빙자료를 받고 있다. 이는 학기별로 진행되는 원총의 예산 감사에서 잘못 사용된 금액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감사위원은 공개적인 모집과정을 통해 선임되며, 감사결과는 원총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다. 세부 자료 또한 원총에 요청하면 원우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러나 실험실습비의 경우, 감사내역이 원우들에게 공지되지 않으며,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이 정보에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실험실습비는 원우들의 등록금 중 일부를 원우들의 연구역량을 위한 지원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의 연구비이다. 이러한?피饔퓰은胄?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게 사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비용의 목적에 맞는 운용이 개인의 양심에 맡겨진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예산집행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학과 차원에서 양심적으로 금액을 운용하거나, 문제가 있을 경우 내부 고발자가 증거자료를 수집하여 고발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의 양심에 맡기기 보다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 문제를 바로잡는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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