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8.9 목 09:40
기획예술
[예술]현장에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신선영 / 시사인 사진기자
김재연 편집위원  |  kamja79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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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승인 2014.11.25  2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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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신선영 / 시사인 사진기자

  작년 여름, 매체의 신입 사진기자로 입사한 후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나는 이제 현장에서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새내기 사진기자가 된 것이다. 하루에 수백, 수천 장의 사진들이 인터넷 뉴스, 신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소비되는 환경에서 나는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막내 사진기자에게 사진기자가 가져야 할 능력을 꼽으라면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다양한 현장을 빠른 속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응력이다. 사진기자들은 매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을 누벼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빠른 상황 판단력이다. 현장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중요한 시점이 언제인지 판단해서 위치를 선점한 후 셔터를 누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그 순간을 놓치면 ‘한 번 더!’를 외쳐봤자 소용없다.
  이처럼 현장은 늘 정신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그만큼 사진기자들의 시각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일부 포털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알 수 있듯, 한국의 보도사진이 기록하는 현장의 폭은 다양하지만, 결과물들은 일회성으로 빠르게 소비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다 비슷하거나 똑같은 사실을 담고 있는 사진들이 많다. 속도전에서 승리한 사진이라도 후발 사진에 밀려 자취를 감춘다. 사실을 기록한 사진도 새로운 사실 앞에 수명이 다한다.
  작년 이맘때쯤 현장에서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사진이 있다. 한겨레신문 박종식 선배님의 연작 사진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이다. 사진은 두 사람을 작업 현장에 똑같이 세워두고 정면에서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담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 한 명은 정규직이다. 아무도 비정규직인 노동자를 찾아낼 수 없는 이유는 사진이 이미 말해주고 있다. 같은 작업현장, 같은 작업복,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 부각된 보도사진의 특징은 보여주기의 방식이라고 본다. 다른 언론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진의 사실성을 역이용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 ⓒ 시사인 신선영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들썩거리고 있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논란이 가열되자 사퇴를 결정했고 스캔들의 상대인 임 여인은 칩거한 채 언론을 피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나는 취재지시를 받고 임 여인이 머물고 있는 가평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조선일보는 열흘 전부터 아파트 주변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다른 언론사들도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자 앞다퉈 그곳으로 달려와 ‘뻗치기’(마냥 기다리며 취재)와 일명 ‘귀대기’(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 행동)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현장에서 기자로서 무엇을 담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 칩거 중인 아파트에서 담아야 할 뉴스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의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 데스크는 임 여인이 아닌, 기자들을 취재하라고 했다. 임 여인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측과 자극적인 기사들만 쏟아내며 사생활 영역까지 침해하고 있던 언론이 취재 대상이었던 것이다. 타 언론사는 ‘아파트 주변에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정도로 사진 취재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기자들의 취재 방식과 임 여인이 생활하는 아파트 공간에 더 집중했다. 각 언론사 막내 기자들의 귀대기 장면은 신입인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담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자 생활에서 익숙하게 여길 만한 상황을 낯설게 바라봤기에 가능한 사진이었다.

   
▲ ⓒ 시사인 신선영

  그리고 올해 4월 나는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며 사진기자로서 가장 많은 경계를 오갔다. 기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세월호 취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표지 사진으로도 쓰였던, 검은 상복을 입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은 어버이날 시신이 되어 돌아왔고, 자신의 생일날 발인을 맞이했다. 사진은 그 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검은 손을 담고 있다. 화장터에 들어가는 아들을 보며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서로 잡고 있는 걸 보고 셔터를 눌렀다. 나에게는 단순하지만 너무 아픈 사진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이 사진에 공감해주었다.
  지금까지 신입 기자로서의 짧은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들을 풀어 놨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현장에서 늘 긴장하고 고민 많은 신참이다. 종종 선배들에게 경험으로부터 체득한 것들은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선배들 말처럼 나에게는 다양하고 깊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면 언젠가 세상을 보는 눈도 성장하고, 오직 사실 전달 만으로서의 사진에서 더 나아가 나름의 시각이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사진 한 장이 긴 글과 인포그래픽에서 담을 수 없는, 독특한 내러티브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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