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사건 1, 2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도 나지만 이맛살을 찌푸리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 신림동을 가기 위해 5511 버스를 탔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버스는 노선을 따라 움직였다. 사건은 흑석역 정류장에서 일어났다.
  버스는 중앙대학교를 지나 흑석역으로 이동했는데 중앙대학교에서 버스를 놓치신 취객으로 추정되는 분이 흑석역에서 버스를 타며 기사 아저씨한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분하던 기사 아저씨도 점점 얼굴이 붉어졌고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지는 듯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 옆 과일가게 아저씨가 버스로 들어오며 사건은 일단락됐고, 버스를 운행하며 조금 진정이 된 기사 아저씨가 “죄송해요. 저도 화내면 안 되는데”라며 사과를 했지만, 취객으로 추정되는 손님은 묵묵부답이었다.
  사실 이번 흑석동 이야기에서 버스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건 부끄러운 내 과거 경험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흑석동 버스 사건처럼 나도 작년에 대전에서 116 버스 기사 아저씨와 말다툼했던 일이 있었다. 수도권에서 버스를 자주 탔던 나는 대전에서도 다인 환승이 된다 생각했고 버스를 타며 “2명 환승이요”라고 말했다. 기사 아저씨는 “그런 거 없어(요)”라고 말하며 존댓말과 반말 사이의 언어를 퉁명스럽게 구사했다. 나는 이전에 다인 환승을 했을 때 기사 아저씨들이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기사 아저씨는 계속 짜증 내며 화를 냈고 나 또한 계속 언성이 높아져 갔다. 계속 싸워봤자 나만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버스카드를 한 번 더 찍고 일단락됐는데 실제로 대전에선 다인 환승이 되지 않았고 다른 기사 아저씨들이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일을 겪고 일주일 정도는 기사 아저씨에 대한 분노로 지냈었는데 흑석동 버스 사건을 지켜보며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냉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로 음악을 듣는다.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하고 음악을 듣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어폰을 빼고 다닐 때가 있다. 조금 오글거리는 이야기지만 세상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부딪히며 살아가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또 부딪혀 살아가는 게 세상사는 일이 아닌가 싶다. 흑석동이야기에서 흑석동을 벗어난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흑석동이야기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하며 이번 학기 연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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