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몫

 
 

  지난 10월 6일 대학원 홈페이지에는 ‘2015년 대학원 구조개편 관련 학칙 변경 사항 공지’라는 제목으로 구조개편 소식이 올라왔다. “본교 대학원 경쟁력 강화 기반 마련을 위해 구조개편을 진행”한다고 알리며 변경사항을 포함한 자료가 첨부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14년 9월 1일 기준 일반대학원에는 총 76개 학과에서 구조개편 이후 15년 3월 1일 기준 67개 학과로 변화된다.

예체능계열에 집중된 변화

  일반대학원 소속 총 5개의 계열에서 변화가 돋보이는 곳은 단연 예체능계열이다. 기존 총 14개 학과로 구성된 예체능계열은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정보학과가 인문사회계열로 소속 계열이 변경되면서 예술계열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된다. 학과별로도 예체능계열의 변화가 가장 컸다. 기존에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서양화학과, 한국화학과, 공예학과, 사진학과, 조소학과는 조형예술학과로. 연극학과, 무용학과는 공연예술학과로 통합 및 흡수되었다. 공예학과와 디자인학과는 디자인학과로 통합됐다. 이론중심의 박사과정으로는 예술학과가 생성됐다. 문예창작학과와 패션예술학과는 문학예술콘텐츠학과와 패션학과로 명칭이 변경된다.
  예술계열의 변화가 큰 이유에 대해 한상준 대학원장은 “16년도 교육부 평가에 더 좋은 점수를 받고자 미리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교수의 충원만으로는 힘들다. 학과별로 최소 7명의 교수가 필요한데 예술계열의 대부분 학과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학과를 합치게 됐으나 세부전공으로 각 학과의 독립성은 유지하고 입시도 따로 진행함으로써 사실 큰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문예창작학과와 패션학과가 명칭이 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패션학과는 과에서 명칭변경을 요청했다. 문예창작학과는 교수가 3명이어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힘들었고 타과와 통합도 쉽지 않았다. 문예창작학과 원생들의 의견을 물어봤을 때 80% 이상의 학생이 순수문학보다 시나리오나 방송작가를 원했고, 이를 반영해 타과 교수들을 함께 모아 협동과정을 만들 예정이다. 학과대표, 교수대표, 대학원대표가 함께 학과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예창작학과 이진하 학생대표는 “대부분 원생은 순수문학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문학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디어나 콘텐츠를 함께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융합 과정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전했다. 구조개편 과정에서 원생의 의견이 반영됐느냐는 질문에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협의의 기회는 많았다. 4명의 원생 대표가 교수님과 함께 회의에 참여해서 대학원장님과 얘기를 나누었다”고 답했다.
  이번 구조개편에서 예술계열만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의학계열을 제외한 4개 계열에서 크고 작은 개편이 있었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5개 학과가 통합 및 흡수되어 제약산업학과와 융합보안학과가 신설됐으며 아동청소년학과의 과정 변경도 있었다. 공학계열에서는 토목공학과의 학과 통합 및 흡수와 기계시스템엔지니어링학과의 신설이 있었다. 자연계열에서는 가정학과가 폐지됐는데 그 이유는 “원생이 줄곧 한 명이었고 신입생도 없어 학과를 유지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원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모든 원생이 학교의 일에 참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원우가 참여할수록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도 원생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지 않을까? 학교는 주로 교수나 학생회 대표들과 회의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학생회이다. 하지만 대학원 학생회의 경우도 주로 학과 대표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택하고 그 과정에 있어 일반 원생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이번 구조개편에서도 전체 원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활동이나, 원생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는 방법보다는 학과 대표들과 회의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대해 예체능계열 최재원 학생대표는 “대학원의 특성상 학생회 측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학과 대표들 중에서도 참여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의견이 다른 과도 있었기 때문에 대표성을 띄는 학생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개편과 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매번 이런 변화의 주체를 학교와 학생회에만 맡길 수는 없다. 문예창작학과의 사례에서 보듯이, 흔히 예술계통 구조개편은 미디어나 콘텐츠와의 융합을 명분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순수문학이 타 미디어 장르와 융합되어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콘텐츠의 질이 나아질 거라고 낙관하기 전에 한국의 문학 시장, 독자, 학제간 연구에 대한 선례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예술계통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특정과의 교수들이나 원생들이 먼저 파악하고 기획해둔다면 앞으로 보다 긍정적인 소통‧교섭이 가능할 것이다. 일반 원생들에게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학과 대표들에게 구조개편 소식을 알렸을 때도 무관심하거나 의견이 없는 원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연구에 치여 사는 원생들이 학교 실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관심한 태도가 지속됐을 때 원생들의 의견 반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소통은 단순히 자주 만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나고 회의를 하는 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대로 정리된 입장들을 보유하여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이루어내는 것 또한 원생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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