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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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이야기]나는 무법자다!
김재연 편집위원  |  kamja79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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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호]
승인 2014.10.22  16: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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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법자다!

   
 

  흑석동 횡단보도를 어떻게 건너는지 보면 그 사람이 흑석동에 대해 얼마나 익숙한지를 알 수 있다. 신호가 켜질 때를 기다리거나 누군가 지나갈 때를 기다리면 그 사람은 흑석동 초급자, 흑석동에 처음 왔거나 흑석동 신호체계에 무지할 확률이 높다. 조금 숙련된 중급자는 일단 좌우를 살핀 후 차가 아주 빨리만 달리지 않으면 손으로 차를 진정시키며 건넌다. 그렇다면 흑석동 고급자는 어떻게 건널까? 내가 처음 흑석동 고급자를 봤을 때, 그들은 마치 ‘무법자’ 같았다.
  작년 12월, 그때만 해도 흑석동 신호체계에 대해 무지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 불이 꺼진 것을 보곤 ‘아 지금 시간대에는 신호등을 꺼두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1월에 흑석동을 다시 오게 되었고 12월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와 다른 시간대였는데도 신호등은 역시 꺼져있었다. 그때야 흑석동에는 신호체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씽씽 달리는 차들을 어떻게 멈추고 건너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대부분 사람은 달리는 차를 잘도 멈추고 건넜고 그런 광경을 보며 위험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흑석동 초급자에 막 입문한 3월쯤, 옆 동네 상도동에 사는 후배가 놀러 왔고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었다. 나보다 흑석동을 더 잘 아는 후배에게 ‘이 동네는 왜 신호체계가 없냐’라고 투덜댔더니 후배가 말하길 신호등이 있을 때 사고가 자주 났고 없애고 나니 오히려 사고가 나지 않아서 이 상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의 말이 어디까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14년 막바지가 되었고 이제 나는 흑석동 고급자에 이르렀다. 달리는 차쯤은 가볍게 멈추고 건널 수 있으며 차가 멈추지 않더라도 빠르게 달려 건너는 무법자가 되었다. 우리 동네에 놀러 온 지인이 흑석동 횡단보도를 보고 기겁했을 때, ‘이 동네는 원래 이래’라고 말하는 수준이랄까. 상당히 빠르게 레벨업을 했다.
  흑석동에서 ‘무법자’로 사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신호체계가 그리되었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조심한다면 후배의 말대로 더 안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간담을 써늘하게 만드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고 가끔은 그 광경 속 주인공이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당신의 흑석동 신호체계 숙련도는 어떠한가? 초급자, 중급자라면 실력을 더 키우길 바란다. 혹시 고급자라면 다시 초급자의 마음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무법자라도 안전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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