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성이다,
문득 멈춰보니

  무구유언은 여러분의 원고로 이뤄집니다. 이 글은 올해 6월 28일 대학원 신문사에 투고된 글입니다. 원고가 동봉된 메일에는 ‘… 중앙대학교 교내에 약 1주일간 머물면서 느낀 내용에 대해 짧게 쓴 글입니다. … 대학원 입학을 생각하고 결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제 고민이 다른 입학예정자들 내지는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했던 분들에게 공감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2014년 후반기 대학원 입학예정자로 엄밀히 말해 본교 대학원의 원우는 아니다. 원우들에 의한 투고공간이 글쓴이에 의해 지면 낭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나, 이 글을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으로서 여기저기의 경계를 서성이다 고민하게 된 자기 성찰의 글이다. 원우들께서 대학원 입학 결심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고민과의 교감점이 존재해 ‘그때 나도 그랬었지’라고 느껴주신다면 조금은 지면의 낭비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몇 글자 적어본다.
  글쓴이는 학부과정을 웬만한 대학들은 다 사라졌다는 ‘로스쿨 없는 법학과’를 졸업했다. 벌써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이미지가 느껴지신다면 독자께선 이미 글쓴이를 절반 이상 이해하고 계신 게 맞다. 고리타분하고 피곤한 성격의 소유자인 글쓴이는 현재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다소 낯설어 보이는 두 학문의 조합은 베스트셀러의 제목이기도 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아무리 혼자 고민해보아도, 아무리 ‘정의란 무엇인가?’를 꼼꼼히 읽어봐도 정의(Justice)를 어떻게 정의(Defined)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벌써 독자분들 중 몇 분이 혀를 끌끌 차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현실적인 먹고 살 궁리보다 추상적 담론에 심취해 6백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내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니, 철딱서니 없는 녀석. 그래도 스스로를 변론하자면, 노동문제와 우리 사회 전반의 사회복지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나름 먹고 살 궁리로 공인 노무사 자격시험에 매진해 왔다. 올해로 2년째, 이쯤 되면 ‘고시생이라고?’라며 아예 박장대소하실 분도 계실 터. 맞습니다. 제가 바로 철딱서니 없이 대학원 가려는 고시생입니다.
  막상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부모님께 말 한마디 못 꺼냈다. 부모님께 고시생인 나는 차마 대학원 등록금에 대해선 말씀 못 드리겠다. 모교 학부 출신이 아니어서일까. 신입생 성적우수장학금 신청 관련 지도교수 추천서를 받기 위해 직접 찾아뵙기 전 드린 문의 메일도 전부 답장이 없다. 근 1주일 동안 고시 공부할 책을 손에 쥐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중앙대 이곳저곳 서성이다 문득 멈춰 돌아보니, 내 존재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주변인’에 불과했다는 게 분명해진다. 대학원은 현실 도피처라는 속된 말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이 되기 싫어 1주일이라는 시간을 혼자 정처 없이 떠돌며 머물 도피처를 찾았던 걸까. 결국, 대학원 입학은 글쓴이의 최종적인 의지에 달린 문제이지만, 만약 입학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 글이 대학원의 경계에서 서성거리던 주변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남긴 고민의 발자국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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