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괴담
지난 호 ‘흑석동이야기’에서는 흑석동을 ‘소중한 보금자리’라고 칭했다. 09년도에 중앙대에 입학하여 무려 6년째 흑석동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흑석동은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올여름 전까지는.
개강을 몇 주 앞두었을 때의 일이다. 시간은 새벽 세 시경.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리면서 뒤척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삑-” 소리와 함께 도어락 덮개가 열렸고, 천천히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두 번 비밀번호를 틀린 누군가는 문고리를 몇 번 흔들었고, 내 작은 자취방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도어락 덮개가 열린 순간부터 얼음이 된 나는 손만 바들바들 떨었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떤 미동도 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문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20분쯤 후, 현관의 불이 켜졌다가 꺼지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가위에 눌렸지만, ‘어떤 술 취한 사람이 자기 집인 줄 알고 문을 열려고 한 거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그 기억은 나에게 그저 꺼림직한 사건 중 하나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 이번에도 시간은 새벽 세 시경이었다.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있었는데, 내 침대 바로 옆 창문에서 “드르륵-” 소리가 나더니 바깥쪽 창문 세 겹이 연달아 쾅쾅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서 제일 안쪽 창문을 닫아 잠그고는 침대 한구석에 숨었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밖의 사람과 절대 눈이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결국 이번에도 나는 그 순간에 “누구야!”라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경찰이 왔지만 결국 범인은 잡지 못했고, 단속 강화와 강제로 열면 울리는 경보기의 설치 등을 약속받았지만 나는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난 세 시든 네 시든 마음 내킬 때 집에 들어오고,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자는 사람이 보이면 깨워서 집에 보내던 오지랖 넓은 학생이었는데. 이제는 골목에서 사람 그림자만 봐도 흠칫 놀라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옷소매로 지문을 지우고, 창문도 절대 열지 않는다. 나는 이웃이 무섭고, 흑석동이 무섭고, 서울이 싫고, 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