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의원회 되돌아보기

 

  본교 대학평의원회는 05년도의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06년도 9월에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도 ‘사학법 개정’이라고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이 시기의 개정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구성원, 특히 학생의 의견은 학교 운영에 있어서 성문화된 구체적 권리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통의 창구였던 이 개정은 학생의 입장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평의원회 최소 11인의 법정 구성원 수 중 학생의 비율이 10-20%내외로 적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심의 과정에 동등한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본교의 경우 15인으로 구성되며, 그 중 학생의 숫자는 양 캠퍼스 학부 및 대학원 대표 포함 3명으로 20%에 속한다. 대학평의원회는 학교 당국이 심한 경우 심의 의견을 묵살하더라도 공식적인 답변은 받아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운영에 관련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심의’와 ‘자문’을 할 것을 법적 근거로 갖는다. 사립학교법 제26조의2와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정관 제131조에 근거하여 대학교 발전 계획, 학칙 제·개정, 개방이사추천위 관련, 총장 부의에 대해서는 심의해야하고, 헌장 제·개정, 교육과정 운영, 예·결산에 대해서는 자문해야 한다.

심의와 자문 사이에서

  이 ‘심의’라는 표현은 그 의미가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참여·민주적 논의·합의 등의 의미를 지니지만, 행정언어의 틀에서 볼 때에는 그 의미에서 ‘결정권’을 제거하기도 한다. 직전학기에 진행된 학칙개정의 경우에도, 결국 평의원회의 심의를 일부 수용한 학교당국의 최종적인 수정안은 기존 학칙과 비교하여 학내 민주주의와 효율성 사이의 타협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금의 ‘심의’는 매우 협소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위에서 사학법과 정관에 사용된 단어 중 ‘자문’에 더 가까운, 의견은 받되 꼭 그 의견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춘섭 평의원회 부의장(노동조합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평의원회는 사립학교법에 근간을 두고 명문화하여 규정한 기능들이 있고, 대학 측은 이 기능에 국한하여 활동하라고 한다. 법에 명시한 기능에 근거하지만, 건전한 비판과 견제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평의원회의 업무를 전담하던 계약직 직원이 계약 만료가 되면서 더 이상의 직원은 뽑지 않고 있다. 평의원회의 업무만을 전담하는 인력을 조교의 형태로 대체해 학비감면 혜택을 주고 소요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무실로 사용하던 교양학관의 작은 공간도 학내 공간문제를 이유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보에 따르면 그 공간은 규모상 강의실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평의원회의 가치절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간 2년 계약직의 형태로 전담직원을 두던 방식에 비해서 전문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참고로 실무진을 제외한 평의원회의 평의원들은 규정상 실비를 제외한 돈을 받을 수 없다. 즉, 평의원회 앞으로 소요되는 예산은 크지 않다는 말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거대 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마당에, 소규모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학교와 학생들의 공식적인 통로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대학평의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오히려 나중에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대학평의원회는 일종의, 김이 새어나오는 뚜껑, 밥솥의 압력을 빼고 그 펄펄 끓는 뜨물의 열기를 옅게나마 뿜어내는 학내 정치의 배출구이다.

규정검토위원회가 필요하다

  평의원회는 이미 장기간에 걸쳐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적 결정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07년도 대선 시즌의 경우는 학외까지 연결된 경우라 열외로 치더라도 최근의 경우만 살펴봐도 그러하다. 12년도 교직원 고과평가의 평가지표 조작에 대한 지적, 13년도 구조조정에 대해 해당 소속원들과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던(외부엔 ‘유보’라고 기사가 나간) 주장, 올해 초의 학칙 개정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것까지, 행정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학교로서는 마뜩찮았을 것이다. 끊임없이 심의하고 자문하는 것이 평의원회의 역할이지만, 지나치게 반복되고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니 애당초 학교 측의 행정계획 단계에서 기존 규범에 적합한지를 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평의원회가 계속해서 학교에 제안하고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규정검토위원회’가 그것이다. 이는 학교 전반의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학칙을 위시로 한 여러 상식적인 규정들을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판단하는 위원회이다. 아직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번잡함 보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더라도 이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직접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가 아니고, 대의민주주의 마저도 허례라면, 최소한의 법치주의라도, 아니 무슨 ‘주의’나 ‘이즘’까지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준법정신에 따라 판별하자는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이런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점에 수긍이 되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평의원회의 소통 방식에도 문제점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특별히 찾아 나서지 않는 한 (교직원, 교수의 경우는 모르겠으되)학생, 특히 원우들은 평의원회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나 평의원회의 의견을 들을 기회 둘 다 없다. 올해 일반 원우가 평의원회와 가졌던 접점이라면, 학칙 개정안에 대한 수정 권고 관련 이메일 두 번이 전부였을 것이다. 물론, 평의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과 각종 심의 자료들을 투명하게 올리고는 있다. 그러나 거기서 더 나아가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공청회 형태로라도 조금 더 구성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지는 않았을까? 14년도 중순에 소통에 대한 이야기는 기름때 묻고 유행이 지나간 옷일지 모르지만, 찬 비에 홀로 고립되어 떠는 일은 분명 막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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