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 게임해설위원, 전 프로게이머 ‘클탬’

 

  우리는 왜 게임을 할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즐기려고하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누구보다 게임을 좋아했고, 정말 많이 즐겨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기회를 잡아 리그 오브 레전드(LOL)란 게임의 프로게이머가 되었고, 지금은 은퇴 후 해설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E-스포츠 세계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세계는 우리들의 환상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 특히 어린 친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매일매일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으며 연봉이 몇 억 대라는 식의 환상과 실제 세계는 어떻게 보면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서 많은 사람의 인기와 주목을 받으며 스폰서로부터 월급을 받는 프로게이머로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 판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가 않아서 살아남기 위해선 못해도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합니다. 나머지 90%는 어떻게 되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많이 힘들어집니다.

  프로게이머의 데뷔시기, 전성기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이며 은퇴 시기는 20대 중반입니다. 이 시기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향후 몇십 년이 달린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게이머들 대부분 그 시기에 다른 것을 다 젖혀두고 게임에만 몰두를 합니다. 정말 인생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판이 그렇게 크지 않아 성공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며 그 극소수 안에 들기 위해선 단순히 게임을 즐기기만 해서는 부족합니다. 물론 모두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모인 친구들입니다. 저 또한 심심하면 삼일 밤낮 샐 정도였고요.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되면 매일 하던 게임의 목표가 바뀌게 됩니다. 즐기려고 하던 게임이 이기려고 하는 게임이 되는 것이죠. 승리 아니면 패배입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승리하기 위해선 공부와 훈련을 해야 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효율적인 전략, 전술을 연구하고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승리했을 때의 달콤함보다 패배했을 때의 아픔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상상하기 힘든 수많은 악플, 회사로부터의 압박, 주위의 시선. 단순히 게임을 즐겼던 어린 친구들이 견디기는 힘든 부담입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일을 못 하면 잘리는 것이죠. 문제는 그 커트라인이 더 빡빡하며 경쟁은 더 치열합니다. 그렇게 이 모든 것을 뚫고 승리했을 때야 비로소 성공한 프로게이머가 됩니다. 수많은 팬이 생기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 나이 때에 만지기 힘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내가 더 이상 잘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혹은 “이 게임이 망해버리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정년이 보장된다든가 길게 보는 개념이 아니라 딱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런 고민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인생의 황금기를 게임에만 투자했으나 애석하게도 게임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다른 스포츠 같은 영속성이 없기 때문이죠. A라는 게임에서의 스타가 B라는 게임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돼버리는 겁니다. 프로게이머를 관두고 할 수 있는 일은 대표적으로 2가지로 나뉩니다. 프로팀의 코치진으로 가거나 해설자 같은 방송 쪽으로 가는 것이죠. 문제는 이 폭 또한 사실 굉장히 좁다고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선수는 할 게 없어 군대에 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게이머 지망생들과 프로게이머들과 해설자들은 오늘도 10시간 이상씩 게임을 하고 분석하고 공부합니다. 게임은 우리에게 유희이기도 하지만, 직장이기도 하며, 스스로를 인정받는 하나의 사회입니다. 이들이 있고,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는 한 게임도 언젠가 정말 축구 야구 못지않은 스포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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