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훈 / 소프톤 엔터테인먼트 SNG개발실 기획팀

 

   게임회사에서 일한다 했을 때 많이 듣게 되는 말들이 있다. “그래도 재미는 있겠네?”, “좋아하는 걸 일로 해서 좋겠다.” 그래 재미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그렇듯 항상 재미있을 수 있을까? 아니 사실 재미없을 때가 더 많다. 게임회사에 입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이상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이기에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무엇이 재미있는 게임인가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마다 다르듯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를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즐거움은, 함께 일하는 사람과 다를 때 특히 그 사람의 높은 직책을 통해 주관을 강요할 때 즐겁지 않음이 발생할 확률은 상승하게 된다. 특히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에 현질 요소를 끼워 넣는 부분이 가장 재미없다. 논쟁의 끝에서도 어느 한쪽이 설득되지 않고 상하관계에 의해 마무리가 되어 작업을 진행해야 할 때는 그냥 퇴근하고 싶다!

  게임회사에 대한 또 다른 오해로 자유로운 업무환경(?)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탄력적 근무시간, 각종 게임기가 비치된 휴게실 등을 상상하곤 한다. 근무 시간이 탄력적이긴 하지만 출근 시간은 고정이다. 야간근무, 주말근무, 철야근무 삼 종 세트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다. 물론 내 입맛엔 셋 다 안 맞는 것이 문제지만. 이렇게 근무하면서 수당이 나온다는 것이 그나마 다른 회사보다 낫다며 자위한다. 추가근무수당 주는 게임회사는 정말 드물다. 창의력이 마구 샘솟는 휴게실은 게임개발자가 일하고 싶은 세계 10대 회사 정도에나 존재한다. 그냥 다른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시라.

 사장이 아닌 이상 어떤 회사를 가든 있을만한 일을 넋두리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 어느 회사를 가도 있는 힘든 일은 게임회사에도 있다. 그러니 게임회사에 다니는 것만으로 즐거울 수 있을지 질문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주길 바란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것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는 외부에도 있다. 사회적 문제를 무조건 게임과 연관 짓는 분위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는 게임의 지위가 마약 수준까지 떨어진 듯하다. 게임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편하지만은 않다. 물론 게임은 중독성과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게임의 중독성은 마약류의 중독성과는 다르다. 잘 만든 게임은 이용자에게 게임을 이용하는 목적성을 잘 부여하는 게임이다. 목적은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일으키는데 잘 만든 게임은 장단기적인 목적을 잘 배치하여 지속적으로 이용자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이 많다. 다만 여기서 중독 문제는 이용자가 현실에서 성취 욕구를 느낄 수 없어 게임을 이용할 때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발생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는 게임의 중독에 대한 비판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층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한국의 청소년 교과과정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축약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모든 청소년층을 달리게 하며 이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른 성취에 눈을 돌리게 된다. 차라리 공부가 아닌 자기 적성을 찾아 성취 욕구를 만족시키는 아이들은 다행이지만 부모와 학교의 뜻을 거스르고 공부를 포기하는 용기를 가진 아이들은 많지 않다. 그저 목적성 없는 공부를 지속하다 게임에서만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중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게임의 중독성 문제만 통제하여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사회적 냉대와 현실적 고난을 이겨내면서 게임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그래도 재미있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시나리오, 영상연출, 음악 등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녹아있는 종합문화콘텐츠다. 비슷한 류로는 영화가 있겠지만, 게임은 심지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컨트롤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게임 자체의 매력이 있고 내가 이것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정말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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