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 변화와 전망


  지난달 23일 R&D센터 11층 University Club에서 중앙법학회 하계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중앙법학회 학술대회는 ‘성소수자―동성애자와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라는 주제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법적 쟁점을 다뤘다. 그중 제1부 ‘성소수자의 인권과 다른 규범적 가치의 충돌’은 한국법제연구원의 최유 박사의 발표와 서울중앙지방법원 심규홍 부장판사의 사회, 법무법인 웅빈의 강래형 변호사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최유 박사는 성소수자를 “벽 속에 갇힌 존재”로 묘사하면서 이들은 차별적 인식 때문에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기 힘들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고백(coming out)한 이후에도 각종 혐오와 편견, 심지어 폭력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동성애자가 형사처벌의 대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합의된 동성애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동성애를 처벌하지 않은 것이 명시적인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서 결정된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 이유에서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애 등 성 소수자에 대해서 혐오적인 인식과 편견이 그대로 존재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들에 대한 권리보호와 차별금지가 주장되고 있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19가지 차별사유를 예시하면서 그중 하나로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포함시킨다. 최근에는 교육자치와 지방의 조례 차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제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배려의 입법은 부재한 상황이다. 헌법 제34조에서는 여자, 노인, 청소년, 신체장애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실질적 평등의 대상은 헌법이 직접적으로 예시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들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최유 박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배제와 삶의 배려 또한 이러한 실질적 평등의 추구로 이해”되어야 하며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경제적 약자에게 사회적 기본권이 필요하듯 성소수자에게도 기존의 이성애자들을 기준으로 제정된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배려적 차원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배려의 입법이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정치세력과의 갈등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담론이 국회의 입법안보다는 사법부의 판례를 통해서 전개되는 것 또한 이러한 현실 정치 상황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기본권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조항과 관련된 법률을 근거로 시행령, 고시 등의 시행기준을 정하는 방법이 입법과정에서의 갈등을 회피하여 성소수자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편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간접적인 방법이며 결국 성소수자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영역은 입법사항이다. 최유 박사는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법적 지위와 각종 절차에서의 처우수준을 정하는 내용은 사회적 합의를 모아 법률로 정하는 것이 올바른 입법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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