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위, 구조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올해 본교 대학원 등록금은 일반,전문대학원 3%, 특수대학원 3.7%, 법학전문대학원 8% 인상됐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 대다수가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은 분노일 것이다. 자신이 받는 교육의 질이 3-8%가량 이번 학기에 상승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작년에 1.5% 올라 말이 많았던 등록금이 또 오르게 되었을까?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이유는 ‘다른 학교들도 올리는 상황에서 경쟁력 낙후를 막기 위해’이다. 결국 ‘올려야 하는 이유’보다는, ‘올릴 수 있는 이유’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라는 현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학교 측이 학생들과 만나 등록금을 양자합의해 최종 심의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본교의 경우 3+1:3 배석이라는 ‘체급’의 문제와 ‘정보격차’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서는 <중대신문>(3/3, 제1812호)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뿐만 아니라, 일반대학원과 양 캠퍼스 학부 총학생회장만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의 경우 등심위의 결정은 따르지만 영향은 줄 수 없다는 고질적인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이구 회장(북한개발 협력학과 석사과정)은 등심위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조건부로 수용했다. 조건은 ‘인상 재원 전액을 대학원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고 이는 이미 등심위에서 합의됐다. 아래는 이구 원총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상액만큼 원우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열대표들의 중론이며 제 입장”

  -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조건부 동의를 결정한 과정과 이유를 듣고 싶다.
  등심위 3차회의에서 갑작스레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이 나오면서, 며칠 남지 않은 4차회의까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싸우거나, 아예 등심위에 출석하지 않거나, 혹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자 등의 방법이 있었으나, 계열대표들과의 논의 끝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취합돼 조건부 동의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원우들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단위 요구안이 작성됐다. 이 요구안은 일반대학원 3%의 인상분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 원우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어떻게 알리고 논의할 것인가? 
  인상 예산 사용과 관련해서는 원우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SNS와 대자보를 통해 원우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또한 4월에 전체대표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인상안과 그에 대한 사용에 의문이 있는 원우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장으로 구성하자는 내부논의가 진행 중이다. 인상액만큼 원우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열대표들의 중론이며 제 입장이다. 
  - 현 등심위 시스템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작년과 다른 것은 학교 측을 대표하는 기획처장, 대학원장과 학생 측을 대표하는 원총, 계열대표들이 함께 월례회의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미리 예산안을 만들고, 그 예산을 등심위 자리에서야 공개하기에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에서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 중에 요구사안을 건의해 필요를 인지시키는 것이다. 월례회의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만나야 변화가 생긴다. 월례회의는 등록금 인상분 예산 사용에 대한 감시도 있지만, 이후 대학원생들 연구나 복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점을 학교 측에 이야기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이 등심위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일반대학원은 연구부총장 산하에 있는데,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경우 교학부총장 산하에 있다. 학교 측에서는 직제가 다른 것을 이유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타 대학원의 입장을 대변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특수대학원 협의회 측도 이후 등심위 구성원으로 포함시키자고 학교에 제안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불가능하게 된다 하더라도 전문, 특수대학원의 입장을 등심위에 포함시키기 위해 위임장의 형태로라도 대표성을 갖고 발언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 
  - 등록금 인상에 따른 요구안이 적극 수용되지 않았을 경우 방안은?
  중앙대는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에 가입돼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다른 대학 대학원들의 경우, 등심위 때 학교의 결정을 부정했으나, 우리는 조건부 승인을 한 상태라 아직 적극 활동하지는 않고 학교 측의 진정성을 믿어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실질적으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면, 외부 학교들과의 연대와 본교 원우들의 서명운동을 통해 압박을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단위요구안 중 안전문제나 형평성 문제가 걸린 몇몇 사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등심위 자리에서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결정됐으며, 시설 관련 문제들은 대부분 이미 진행 중이거나 4-6월 사이에 초기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잡혀있다.
  이구 원총회장은 등심위의 일회적 심의 과정의 문제를 경험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상두 기획처장(화학과) 외 여러 학생 계열대표들과 월례회의를 통해 대학원 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올해 새로 취임한 한상준 대학원장(물리학과)은 ‘월례회의가 아니라 주례회의라도 괜찮다’며, 대학원생들과의 소통과 대학원생들의 실질적인 고통 해결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 표면적인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이미 잡혀있는 예산 내에서의 효율적 조율을 통한 2-4천만 원 가량의 추가적인 ‘가계곤란 장학금(가칭)’도 원총과 연계를 통해 확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은 결정됐지만 등록금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4월 중 전체대표자회의에서 등록금 문제에 대한 계열대표들 뿐만 아니라 원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인상 취하를 위한 저항이든, 인상조건의 달성을 위한 노력이든 최종적으로 자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지를 택하더라도 필요한 것은 이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는 관심과 참여일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