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6.4 월 12:21
기획사회
[대학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우후죽순 / 이공계 대학원생
이재현  |  zkzkd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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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호]
승인 2014.06.14  14: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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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B’의 마지막 기고는 평평한 연구실에 대한 이야기다. 평평한 연구실이 어떤 연구실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반대로 ‘기울어진’ 연구실을 떠올리면 된다. 평평하지 않은 연구실에선 누군가는 높은 곳에, 어떤 구성원은 낮은 곳에 자리한다. 높은 곳에서 흘러나온 말은 낮은 곳을 향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며, 낮은 곳의 말을 높은 곳으로 쉽게 올라가지 못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어떤 힘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평평한 연구실이란 연구실 구성원들 간에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곳일 테다.

  그동안 3회에 걸쳐 대학원 신문에 ‘LAB’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던 근본적인 목적은 “어떻게 하면 대학원생 모두가 행복한 연구실 생활을 할 수 있을까?”였고, 행복한 연구실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바로 평평한 연구실이라고 생각했다. 수직적 권력관계와 일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는 행복한 연구실을 어렵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기울어진 연구실이라는 구조적 상황은 많은 연구윤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와 현실적 상황들이 얽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학문 분야의 특성보다는 각 연구실의 ‘리더십’이 그 연구실의 문화와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문화와 분위기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리더십의 핵심은 단연 연구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연구실은 연구실을 대표하는 연구책임자와 연구원 및 행정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원 중 상당수는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연구책임자(보통 교수)는 이들에 대해 교육자와 경영자로서의 이중의 책임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연구원이 연구책임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책임자가 연구실의 구성원들을 선발한다. 연구책임자는 일종의 ‘고용인’으로서 자신이 선발한 연구원들에게 외부과제를 통해 인건비 및 연구비를 지원하는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로서 자신의 학생이 학위과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도록 지도하게 된다. 반대로 학생들은 지원받은 인건비와 연구비에 걸맞은 연구 활동을 벌여야 하며, 또 학생으로서 학위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학위과정 학생의 경우 고용인-피고용인, 지도교수-지도학생이라는 이중적인 수직적 관계를 갖게 된다. 이 수직적인 관계는 ‘개밥 주는 대학원생’(본지 제308호 4면) 같은 문제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일방적인 권력행사에 매우 취약하다. 지도교수가 학생의 연구, 졸업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거나 진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의 ‘의지’를 거스르는 행동이나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이 인권을 존중받고,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의 ‘의지’ 혹은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구도의 문제가 선후배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연구실에서 군대 용어인 ‘사수-부사수’가 사용되고 있다. 많은 경험을 쌓기 전까지 ‘부사수’는 ‘사수’에게 실험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활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권위주의적이고 규율적인 사수를 만나게 되면, 부사수는 수직적인 권력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무서우면 진실할 수 없다

  사실 권력관계는 어느 집단이든 존재한다. 꼭 군대와 같은 조직이 아니라 할지라도 민주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수직적인 권력관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수와 학생, 연구책임자와 연구원 사이에서도 본질적인 권력관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권력관계 속에 연구윤리를 위협할 수 있는 상당한 잠재 요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한 가지 흥미롭게 살펴볼 점은, 지난해 대학원생 인권문제가 논의될 때 ‘논문 대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는 점이다. 사실 논문 대필 그 자체는 인권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누군가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써준다고 해서 그가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 대필이 인권문제의 맥락 안에서 다뤄지게 된 것은, 대학원생들의 논문 대필 행위가 위에서 지적한 권력관계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수행됐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사태는 ‘대학원생 인권’이라는 권력의 문제가 ‘논문 대필’이라는 윤리적 문제와 결부되는 방식을 아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연구실 내의 권력관계는 각 구성원의 개별적인 윤리성을 억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논문 대필이 비윤리적 행위란 사실을 인지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연구책임자나 지도교수의 명령을 거스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문 대필’의 자리에 ‘연구비 유용’과 같은 다른 윤리적 문제들을 넣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무장한 연구책임자가 연구실의 윤리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윤리성이 희생되기도 매우 쉽다. 다시말해 연구실 분위기가 무겁다면 자신의 윤리적 판단과 양심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반대로 평평한 연구실의 경우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개인들의 윤리적 판단이 존중받을 수 있으며, 비윤리적 행위들이 감시와 견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면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연구부정 행위나 연구윤리들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교정받을 가능성도 높다. 나는 평평한 연구실이 기울어진 연구실보다 구조적으로 연구윤리가 더 잘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한 연구원 인권조례

  연구실 내 권력 문제는 연구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이나, 이 권력관계는 특정 부분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수직적인 권력관계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권력관계 자체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업의 예를 들자면 고용인-피고용인의 수직적인 관계를 ‘노조’라는 피고용인들의 연대로 상당 부분 수평적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나 학생회, 시민단체 등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나 기구를 연구실의 맥락에서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다. 연구실은 어느 정도로 평평해야 하는지, 연구 참여자들은 어떤 권리를 보호 받아야 하는지, 연구윤리의 내용과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각 연구실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하면 말이다.

  필자는 그 최소한의 조건이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든, 어떤 연구실과 어느 연구 분야에 종사하든 보편적으로 존중돼야 할 권리들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신체·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강압·비자발적으로부터 법적·윤리적으로 거부할 권리, 부당한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와 같은 최소한의 권리들은 어렵지 않게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지역교육청에서 마련된 학생 인권조례가 유용하게 참고할 만한 대상으로 보인다. 연구실처럼 매우 특수한 집단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매우 특수한 권력관계나 위치에 놓여있다. 학생 인권조례를 찬찬히 뜯어보면 그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민들과, 그럼에도 최소한 모든 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들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연구원들이 존중받아야 할 연구원 인권조례가 마련되고, 연구비 집행 기관들이 이 조례의 준수 여부를 중요한 지원 기준으로 삼는다면, 연구윤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인권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누구이며, 이들이 어떤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는지, 어떤 행동들이 윤리적 기준에 어긋나는지를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발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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