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구조개혁’ 실무논의 시작돼

 
 
  지난 1월 28일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계획’(대학 교육의 질 제고 및 학령인구 급감 대비를 위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대학가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이는 대학 입학자원이 급감하고 대학들의 미충원 확산이 가시화 되자 ▲향후 고등교육 수급 전망에 따른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한 경쟁력 요구 강화 ▲지방·전문대학의 대입 자원 급감으로 인한 연쇄적인 수도권 대학원 교육 위기로 고등교육 생태계 황폐화 초래 등 새로운 고등교육 수요 확대의 한계에 따른 것을 추진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대와 전문대는 가히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의 분위기와 흡사한 ‘전운’마저 감돈다고 한다.

  나아가 보고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 향후 9년간 대입정원 16만 명을 감축 및 등급별 제정지원 제한 조치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해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등급별 구조조정 조치를 하겠다는 것을 뜻하며, ‘입학정원 감축’, ‘정부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 대출제한’, ‘자발적 퇴출 유도’를 강요받게 된다. ‘대학개혁’과 ‘특성화’란 허울 좋은 수사들이 동원되지만, 우리는 이 시대에 구조조정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기업에서건 대학에서건 그것은 곧 효율성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은 인력감축과 학과통폐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대학에서는 대학원생 조교를 자르고, 저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낮다며 인문예술계열 학과를 통폐합한다. 물론 갈등이 없진 않다. 경기대 학생들은 학과통폐합 계획에 반발해 총장실을 점거했고, 서일대 학생들은 연극과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산발적인 저항을 제외하면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 자체는 사회적인 합의를 얻고 있으며, 각 대학들도 적응과 생존에 판돈을 걸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과 동시에 대학원 또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제출된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이나, ‘연구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한 대학원 체제 개선 및 대학원 질관리 추진’ 등의 정부 보고서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본교의 대학원은 이 상황에 발맞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본교는 ‘대학원 구조개혁 추진위원회 및 실무TFT’를 발족해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일정에 관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구조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취합했다. 이것의 목적은 ▲대학원(일반·특수)별 설립목적에 따른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학문단위 재조정 ▲교육부 평가 및 구조개혁조치를 대비한 경쟁력 있는 대학원 학과 및 전공 운영 모색 등 이다. 이에 대해 구조개혁TFT는 이달 8일에 학과장회의를 열어 각 학과장들에게 평가지표를 공개해 구조개혁의 취지를 설명하고, 평가지표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또한 자체 평가기준에 따라 학과별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며, 이후 평가가 완료되면 그 결과를 토대로 학과 통·폐합 및 정원 재분배가 시행될 것이라 예고했다.

필요성과 정당성의 문제

  어떤 것에 문제가 있다면 뜯어 고치거나 폐기해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정정과 조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좀 더 심층의 문제일 것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 측면을 본다면 효율성과 경쟁력 재고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효율성과 경쟁력의 증대를 마다하지 않지만 무엇을 위한 경쟁력과 효율성이냐는 질문으로 들어간다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본교 사회학과의 한 원우는 “대학(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많은 사립대학들의 구조조정은 그러한 목적의 수단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구조조정의 본래 목적이 학문을 연마하고 인재를 길러내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과 동시에 사회전반의 학문수요의 불균등(혹은 경제적 보상의 불균등)의 개선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문의 수요부족은 시대적 요구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되지만 이것은 사회의 대학전공과 결합된 취업보상의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칠게 말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국의 철학과나 어문계열 학과 등은 그 학문적 가치와 중요성과는 별개로 심각히 축소될 것이다.

공식채널과 공론장의 필요성

  또한 정당성의 문제가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당사자 즉, 대학(원)생 및 교수 등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하는 문제다. 이는 과정의 문제가 될 것이다. 당사자에게 공식적인 협의채널을 제공해야 할 것이고, 다양한 학내 구성원 등에게 열린 공론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구조조정 추진의 주체인 본교와 학생 대표자로서 총학생회의 역할일 것이다.

  대학은 하나의 사회이며, 사회는 사회적 관계들의 앙상블이다. 즉 사회는 일방의 무엇으로 구성되거나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누군가들이 맞물려 있는 관계, 바로 그것이다. 대학은 사회의 한 관계를 제공하는 행위자인 동시에 그 자체가 여러 관계들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논쟁일 것이다. 현재 시작단계에 있는 대학원 구조조정이 불러올 문제는 차치해두더라도, 이것의 과정이 열린 대화와 논쟁을 통해 진행되어야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재현 편집위원 | zkzkdld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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