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원 신문>은 본교 홍보실 산하의 미디어센터에 속한 언론이다. 동시에 3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학내의 비판적 공론장 기능을 수행해온 언론이기도하다. 이러한 이중적 역할로부터 본지의 정체성이 규정된다. 원생을 주요한 독자로 삼는 학교의 공식적 대내언론이라는 규정과 축적된 역사 속에서 획득된 일종의 비판적 정통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규정성은 갈등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기사를 사실들의 나열로 구성할 것인지, 각자의 시각으로 서술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사를 독해하는 독자로 하여금 사실관계의 확인과 그것의 판단을 오로지 그들의 몫으로 돌릴 것인지, 어떤 구체적 맥락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설득할 것인지로 나뉘게 된다. 이는 경합하는 사실들이 스스로 말하게 할 것인지, 경합하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해 말할 것인지의 갈등이다. 어느 것이 우위에 놓여야 하며, 이것이 어느 수준에서 타협돼야하는지는 쉽지 않은 고민이다. 본지가 준거하는 두 가지 규정 속에서 무조건적인 사실의 나열은 본지를 종합정보지로 전락시킬 것이고, 반대로 극단적인 입장표명은 기사를 선언문이 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호를 끝으로 본지의 편집장을 내려놓는다. 위의 오래된 질문의 답이 무엇일지는 편집위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 가지 첨언하자면, 본지가 속한 공간은 대학이고 대학은 사회라는 것이다. 사회는 여러 관계들의 마주침이며 그렇기에 대학은 입체적이고, 갈등적이며 정치적이다. 대학을 하나의 통일체나 단일차원으로 인식하는 순간, 언론은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 할 것이다. 앞으로 <대학원 신문>이 예민한 정치적 감수성을 갖춘 학내언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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