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6.4 월 12:21
기획사회
[사회] 어린이날의 선물황소영 / 국제아동인권센터 연구원
윤미선  |  press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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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호]
승인 2014.05.21  2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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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탄생

  지금으로부터 94년 전, 조선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랑의 선물을 준비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라를 잃고 가난과 학대 속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자유로움과 동심을 전하고, 어린이들이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계명작과 그림동화들을 번안하여 동화집을 출판했다. 1923년 6월 출판된 이 동화집의 제목은 <사랑의 선물>이었으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한 사람은 바로 소파 방정환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번안 동화집이며, 아동들을 위한 진정한 선물이었다. 그 때 그의 나이 24세였다.

어린이에 대한 생각에 빠진 소파   

  방정환이 살던 식민통치하의 조선에서 아동은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고, 어린이가 지내기 알맞은 환경에서 자라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실정에 그는 비통함을 느꼈고, 아이들에 대한 천대, 억압, 빈곤을 가하는 세상을 향해 과히 혁명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한 예로, 그는 어른의 부속품에 불과한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고자 하였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의미로 늙은이, 젊은이와 같이 ‘어린이’라는 호칭을 만들어 부르게 하고 한 사람 몫의 인격체로 인정했다. 소파 방정환은 아동인권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실천가였던것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내 아들놈, ‘내 딸년’하고 자기의 물건 같이 알지 말고,
자기보다 한결 더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략)
자기 마음대로 하지 말고 반드시 어린이의 뜻을
존중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_ 어린이날의 ‘선전지’에서


  방정환의 아동인권과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당시 혁명적 사건이었다. 아동에게 관심도 없었고 아동의 문제를 인식하지도 못하던 때이므로, 그는 매우 앞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최초의 아동권리선언문(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초석이 됨)이 탄생하던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아동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인권은 흔히 서구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으나, 1922-3년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동양권에서도 동시에 아동인권의 목소리를 높였으니 대단한 선각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방정환이 이러한 사상을 가지게 된 중요한 배경에는 천도교 교주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던 의암 손병희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향해 존대하는 손병희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인내천사상으로 ‘사람은 곧 하늘이다’라는 인간존중사상, 인간평등사상의 천도교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는 손병희의 셋째 딸 손용화와 결혼했고, 장인의 가르침과 도움을 받아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되면서 국내에서의 소년운동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1920년 동경의 동양대학 철학과에서 아동문학과 아동심리학을 연구하면서 이 시기 소년운동을 구체화시켰다고 한다. 그의 생각 속에는 온통 어린이들로 가득했다.

소파의 사상을 기리는 어린이날

  방정환은 작가, 운동가, 언론인이자 교육자였으며 우국지사였다. 그는 1922년 5월 1일자로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날’ 제정을 선창했고, 그해 5월 1일 동경에서 색동회를 통해 어린이날을 선포, 서울에서 조선소년협회가 기념식을 거행하는 등 입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린이를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는 것, 어린이 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각성의 환기를 독려한 것이었다. 제정 이후 현재의 어린이날 5월 5일이 되기까지 과정을 거치면서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한 깊은 의미를 이어가고자 한 노력 또한 숨어있었다.
  방정환은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만큼 이야기꾼으로 유명하다.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가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한 번은 한 아이가 그의 이야기를 놓칠까 화장실을 못 가고 참다 그 자리에서 고무신을 벗어 소변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이>(1923) 잡지가 총독부 검열에 걸려 감옥생활을 할 때도 빛을 발하였고, 강연마다 동화구연을 빠트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이야기하는 재능은 실로 대단했고, 지금의 동화구연이 있도록 한 발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벽>(1920), <사랑의 선물>(1922)등 이어지는 출판운동을 통해 아동교육 운동의 실현에도 앞장섰는데, 특히 어린이에 실렸던 글의 종류는 동화, 동요(동시), 동극, 소년소설, 우화, 전기, 기행문 등의 문예물과 과학, 역사, 수학 등의 지식과 취미, 오락물, 토론 등의 교양물 등 다양했다. 형제별, 반달 등 나라 잃은 슬픔을 잘 묘사한 동시에 누구나 즐겨 부를 수 있도록 곡을 붙여 동요를 만들어 준 것은 우리 민족의 울분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린이들의 놀이와 정서 함양에 영향을 주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방정환은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자 어린이날 제정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어린이날 선전지에 실린 이것은 어린이 해방이 무엇인지, 어린이 삶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소파의 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어 그 의미가 특별하다. 이 ‘어린이 공약 3장’은 소년운동의 기초조항으로 1923년 5월 5일 천도교당 기념식에서 선언되기도 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전하고자 한 것은 아동의 가치, 아동을 향한 인식의 근본적인 고취이면서 아동의 삶, 그 자체의 변화를 위한 것이었다.

 ①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解放)하야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禮遇)를 허(許)하게 하라.
 ②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解放)하야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廢)하게 하라.
 ③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各樣)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行)하게 하라. 


_ 어린이 공약 3장(1923)

  방정환은 33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열정적으로 자신의 뜻과 사상을 널리 알리고 실현코자 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당시 어린이에 대한 그의 정신은 한국 사회의 큰 자극이 됐고, 현재까지도 우리의 생각과 삶에 각별한 영향력을 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이 널리 알려져 모든 부모와 어른들이 알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어머니를 위한 글과 잡지, 강연에도 힘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은 지금 우리에게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큰 깨우침을 전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 드리는 글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 어린이를 갓가히하사 자조 이야기하여 주시오.
-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가튼 것을 때마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여 주시오.
- 산보나 원족 가튼 것을 각금각금 식혀주시오.
-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말고 자세자세히 타일러주시오.
- 어린이들이 서로 모히어 즐겁게 놀만한 노리터와 기관 가튼 것을 지어 주시오.
-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늘근이에 잇지 아니하고 절문이에게도 잇지 아니하고 오즉 어린이 그들에게만 잇는 것을 늘 생각하야 주시오.


_ 어린이날 기념식의 자료(동아일보 1923년 5월 1일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내 어린 시절의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잠깐 추억 속으로 빠져보기 바란다. 우리가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그래서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그 기억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방정환의 어린이날이 가진 의미와 행복이 고가의 장난감으로 대체돼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우리의 어린이를 향한 마음의 정도, 어린이를 향한 진정한 존중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함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상황이지 않을까.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소파 방정환의 정신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날, 그리고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어린이들의 삶에 어떠한 사랑의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기를 바란다. 그가 일생을 바쳐 마련해놓은 귀중한 정신 아래,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선물을 전하는 어른들이 보다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른들께 이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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