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대학을 학문의 전당이라 말한다. 탐구를 통해 교양(building)을 쌓는 곳, 즉 지적노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생산함과 동시에 생산자는 감정적 희열을 얻게 된다. 특히나 한국의 대학은 양·질적 차원에서 대중교육기관으로 격하되고, 대학원이 대학의 원 기능을 전담하게 된다. 또한 대학(원)의 산학협력이 강화되면서 기업화된 교육기관의 성격이 두드러지고, 이러한 조건하에서 대학(원)들은 너도나도 ‘연구중심’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연구의 바탕이 되는 연구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많은 원생이 불만을 토로한다. 본 글에서는 특히 연구환경의 토대가 되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원생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본교 대학원 1층과 지하의 열람실에서 공부겳П만?한다. 출퇴근하듯 생활하는 원생도 있고, 늦게 까지 자리를 뜨지 않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원생, 잠깐의 시간만 머무르는 원생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들이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은 1층 로비에 책상과 의자 몇 개뿐이다. 해서 원생들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 복도나 계단 중간층, 대학원 앞에 애매하게 머물러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리고 필자 주변의 원생들 또한 그러한 생활공간의 부족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쉴 때 아예 학교 외부의 카페로 발길을 향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너무 부족한 공간은 비단 대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원 외 추가입학자가 늘고 안성캠퍼스의 학과가 흑석동으로 올라오는 상황이지만 공간은 전혀 늘지 않고 있다. 콩나물시루같이 빽빽이 들어찬 공간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불편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바로 교육환경, 학습의 질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대학원에서의 생활환경의 문제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생활환경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건 연구할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대학원과의 경쟁이 가능하겠는가.
생활환경과 공간에 대한 문제는 본교에서 오래된 이야기다. 매년 원총이 바뀌면 공간개선 문제가 주를 이루고, 논의되다가 어느새 다시 해가 바뀌는 것이 반복된다. 올해 원총이 여러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조건으로 등록금 인상에 합의했다고 들었다. 당연한 권리를 등록금 인상과 맞바꿨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벌써 4월 중순인데 원생들과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연구·생활환경 개선을 원한다면 일단 수요조사부터, 즉 원생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좀 더 소통하는 원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