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영 / 국제아동인권센터 연구원

 일하는 아동과 그들의 권리


  아동의 존재가 인식되기 시작한지는 100여년 정도에 불과하며, 이전의 아동은 그저 성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한 후 생겨나는 불필요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해서 무지했고, 특히 아동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그 시기, 영아 살해와 유기가 만연했다. 아동은 노동의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양육돼야 할 중요한 존재가 아닌 활용 차원의 가치가 먼저였다.

 

뿌리 깊게 지속되어 온 아동의 노동

  일하는 아동의 기록은 중세 이전부터 글과 그림으로 남아있다. 고대에 이어 중세에 이르러서도 아동은 노동의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이후 근대에 들어와서도 법적 규제에 반(反)하는 아동 노동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 산업혁명과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아동 노동이 숨겨져 있었고, 많은 고용주들은 노동시간, 휴식, 기본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의식주조차도 무참히 짓밟았다. 
미국의 아동 노동 현실은 1900년대 초 사진작가 루이스 하인즈에 의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아동 노동이 꽤 심각한 상황에 있었고, 매우 어린 연령(3세)도 노동에 동원된다는 사실이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더욱이 1830년대, 미국의 여러 주에서 이미 아동 노동이 금지된 상태였으나 공공연하게 아동 노동은 계속됐고, 아동이 노동 현장에서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학대의 수준에 있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의 아동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안타깝게도 아동의 노동은 역사로 끝나지 못했다.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공산품이나 초콜릿, 커피 등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에 따르면, 5-17세의 아동 중 노동 현장에 노출돼있는 수는 약 2억4천여 명에 달하며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노동의 형태 또한 매우 다양하다. 이는 전 세계 아동의 14%에 해당할 만큼 놀라운 숫자인데, 실상 집계에 포함되지 못한 아동의 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노동으로 인해 중요한 아동기를 공장에서 보내고 있다. 또 이들은 아동이 참여하기에는 매우 위험하거나 부적합한 방법으로 노동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하며 끼니와 수면을 통제받거나 직접 화학물질을 처리하고 광산에서 일을 하는 경우 등 그 실상은 매우 열악하다. 아동은 이러한 환경에서 성인에 비해 더욱 취약한 수준에 있어 건강을 손상 받고 위험한 상황임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아동을 노동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지 못하며, 그 현실에 대한 자각 또한 매우 부족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아동 노동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제고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6월 12일을 ‘세계아동노동반대의 날’로 제정했다. 이후 매년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동 노동 캠페인은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해서는 도덕적 분노, 고용주 개인의 노력, 지역사회와 국민 행동이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동 노동의 환경을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빈곤이다. 노동 착취, 강제 노동, 불법 환경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아동들은 심각한 빈곤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경제 상황은 부모들이 자녀를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터로 내모는 상황을 불러일으키고, 아동 매매 및 성매매를 일삼아도 구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빈곤으로 인한 아동 노동은 아동이 가정의 생존 및 생계를 위해 모든 책임을 해야 하므로, 교육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가난이 악순환 되는 결과를 가져와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빈곤은 아동 노동의 가장 주요한 원인인 동시에 아동 노동의 결과이다. 빈곤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 상황들을 포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및 개선책이 요구된다.

아동 권리에서 본 아동 노동과 우리의 역할

  아동은 노동에 노출되면서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기 때문에 아동노동의 근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 아동 수백만 명의 아동이 노동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으며, 교육 및 여가, 건강, 기본적 자유권을 침해받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CRC)은 만 18세 미만의 모든 자를 아동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권리 보호 및 실현을 위한 유일한 국제법이다. 1989년 유엔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래로 현재 193개국이 비준하여 가장 많은 비준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1991년 비준해 3,4차 심의를 거친 후 5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동은 경제적 착취, 유해한 환경이나 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아래와 같이 천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2선택 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통해 아동 매매, 성매매 근절 또한 강조하고 있다.


  1. 당사국은 경제적 착취 및 위험하거나, 아동의 교육에 방해되거나, 아동의 건강이나 신체적·지적·정신적·도덕적 또는 사회적 발전에 유해한 여하한 노동의 수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2. 당사국은 이 조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행정적·사회적 및 교육적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리고 그 밖의 국제 문서의 관련 규정을 고려하여 당사국은 특히 다음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가. 단일 또는 복수의 최저 고용연령의 규정
     나. 고용시간 및 조건에 관한 적절한 규정의 마련
     다. 이 조의 효과적인 실시를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처벌 또는 기타 제재수단의 규정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2조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의 권리를 위한 법으로서, 아동 노동에 대해서도 만 18세 미만의 아동이 노동하는 환경을 엄중히 판단한다. 이는 ILO가 1973년 아동 노동 철폐를 위해 제138조 최저연령협약에서 고용 최저 연령이 15세 미만이어서는 안 되다고 정했으나, 1999년 제182조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금지협약을 비준하면서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노동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부모의 안정되고 충분한 보살핌 안에서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 도덕적으로 성장 발달할 수 있어야 하며(제5,7,18,19,27조), 충분히 휴식하고 놀이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도록(제31조),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함(제32-37조)을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심각한 노동 착취에 놓여있는 아동은 아동권리의 대부분을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한 채 그들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인정조차 불안정한 상황이다. 가정은 아동권리 존중을 위해 일차적 책임이 있는 중요한 환경으로 손꼽히며, 아동은 이러한 안전한 가정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또한 가정이 이러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국가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아동 노동이 만연한 국가는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한 당사국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그 책임에 대해 깊이 숙고해야 마땅하다.
  아동 노동의 문제는 빈곤, 뿌리 깊게 막힌 전통적 관습 등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어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도 피할 수 없는 모두의 이슈이다. 필자는 아동을 주제로 한 이번 시리즈 연재를 통해 독자들이 아동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고찰의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아동 노동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동 노동은 단순한 접근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아동 권리에 기반한 접근(Child Rights Based Approach)’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한 다각도의 접근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이 미디어를 통해 노동 착취에 있는 아동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무심코 아동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사고파는 우리의 행동은 아동의 노동에 대한 무관심이며, 오히려 아동 노동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안타까운 마음만으로 이 글을 끝낼 수 없다. 아동 노동을 비롯한 아동 권리에 있어 우리 모두는 적극적으로 권리를 옹호할 수 있어야 하는 의무이행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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