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태 / 아동청소년학과 외래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제부터인가 ‘정신 건강’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건강’이라는 단어는 대게 신체적인 면과 관련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지, ‘건강하지 않다’는 말은 ‘약하다’라는 말과 동일시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면, 흔히 ‘멘탈이 약해서 그래’라고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서는 ‘약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싫기도 하고 인정하는 것이 어려워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은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야기의 포커스를 좁혀서 대학원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대학원생들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겪다 보니 끊임없이 긴장하게 되고 불안한 상황 속에 자신을 내몰게 된다. 이런 긴장감은 지금까지의 성취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정신과 신체 건강 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면,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밤에 잠이 안 오거나, 혹은 다른 신체적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사실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갈등과 불편감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신체화 증상’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정신력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스스로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인식하려 하지 않거나, 인식하면 안 되는 상황에 있을 사람일 확률이 높다. 즉, 자신의 마음의 불편함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탈출구를 찾는데, 이것이 신체적인 증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화 증상은 그 자체가 평생 지속하기도 하지만 내버려 두면 좀 더 심각한 정신건강의 이상, 즉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적 장애로 진행될 가능성의 신호이기도 하다.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과적 장애의 가장 큰 문제는 뇌의 기능을 저하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이전까지 아주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던 사람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의 불행이기도 하다.

  혹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면, 마음의 건강을 돌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마음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이것이 몸으로 나타나기 전에 스스로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유가 있어 걱정하는 것과 이유없이 불안한 것은 비슷한 감정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 중요한 점은 불안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불안이 대부분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근거와 맞닿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