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희 /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사회 속 아동의 돌봄 역사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 아동은 보호하고 교육하는 돌봄을 통해 한 사회의 유능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동을 사회화하겠다는 목적 아래 교육해왔다. 아동교육은 교육 그 자체보다는 항상 사회적 요인과 사회개혁의 의미와 결부될 때 발전을 이뤄왔다. 역사적으로 아동교육을 살펴보면 사회를 향상시키기 위한 토대로서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에 관심을 두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플라톤은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덕목을 지닌 국가의 완전한 시민으로 아동을 교육하기 위해, 부모의 결혼연령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우생학적인 결혼을 통해 우월한 유전자의 아동을 탄생시켜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동을 친모가 키우기보다는 유모에 의해 양육하여, 생활에 있어서 본능적이고 무질서한 태도가 배제된 엄격한 환경에서 정화되어 이상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시민이 되도록 교육할 것을 권장했다. 반면,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으로서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아동 개인이 행복하면서도 공동체적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고자 하였다. 그는 국가의 시민을 양성하는 출발점을 가정이라고 생각하여, 5세 이전의 아동기에는 가정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 행동,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서양의 돌봄: 플라톤으로부터

  기독교 교리가 인간의 사고와 삶을 지배하던 중세에는 기독교적 이념을 함양·선양하기 위해서 종교적, 신체적, 사회적 훈련을 하는 것이 아동교육의 내용이었으며 목적이었다. 이런 아동교육관은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기독교의 영향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인간상이 아닌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상을 원했다. 에라스무스는 인간의 본성이 동물과 다르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으며, 부모에 의해 ‘태어나면서 바로 시작하는’ 가정에서의 조기교육이 아동의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16, 17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연과학이 발달하자 실생활에 있어서 유능한 인물을 양성하려는 실학주의가 나타났고, 대표적으로 코메니우스는 최초의 교육 장소인 가정에서 아동교육이 시작한다고 보았다. ‘어머니 무릎 학교’ 에서 아동에게 들려주는 그림책은 감각을 키우기 위한 유익한 놀잇감이며, 그림책으로 감각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최초의 시청각 매체를 사용했다.
  18세기에는 당시의 엄격한 계급제도, 절대주의, 비과학적인 인간관을 비판하고 합리적인 인간생활을 확립하려는 계몽운동이 싹트게 됐다. 계몽주의의 대표적 교육자인 로크는 아동이 백지와 같은 상태로 태어난다하여 ‘백지설’을 주장했다. 아동은 마치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같아서 일찍부터 가정에서의 조기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소와 같은 교육자는 아동교육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과 특성이 자발적으로 발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올바르다고 설명하였고,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인 교육을 통해 참다운 시민이 양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의 신인문주의의 사상적 흐름은 아동교육에서 아동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역사성과 사회성을 중시했다. 페스탈로치는 교육의 본질을 인간개혁, 사회개혁에 두고, 인간에게 타고난 지적겣뎬痔?신체적 기능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주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루소의 설명처럼 교육이 자연적 발화를 돕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조화롭게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라 보았다. 프뢰벨은 아동교육에서의 사회적인 의미를 더욱 확장시켰다. 즉, 경쟁적인 학습보다는 협동을 중시했고, 사회적 가치는 아동의 ‘놀이’를 통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실제에 유용한 지식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 엘렌 케이는 “유아와 함께 놀이하는 사람들만이 유아를 교육할 수 있다”고 말하여, 아동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진보주의 교육가인 듀이는 “경험은 사고와 분리될 수 없으며, 사고와 경험이 통합될 때만 진정한 교육이 일어난다”고 하여, 놀이겙戀?생활주제를 통한 활동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고자했다. 슈타이너의 발도르프교육은 생활이 곧 교육이라는 전제 아래, 일상생활의 리듬이 그대로 아동의 교육에 녹아들게 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현대교육자인 프레네는 아동에게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도록 하여 협동성을 키우고자 다양한 활동방법을 적용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아동기부터 공동체 생활에 적응해가는 인간성을 키운다면 미래 사회에 더불어 살아가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생활 태도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동양의 돌봄: 불교, 유교적 세계관의 영향

  그리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의 아동양육은 각각의 시대에서 추구하는 성인이 되도록 시대와 사회변화에 발맞춰 아동의 교육이 변화되어왔다. 반면 동양에서는 종교적겚물÷?체계를 유지해 온 불교와 유교에 의해 아동교육이 영향을 받았다. 불교는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불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성별, 신분의 귀함과 천함에 상관이 없이 인간은 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며 따라서 누구나 깨달음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불교적 인간관은 아동관에도 나타난다. 불교경전인 ‘육방예경’을 살펴보면, 아동은 자유방임되거나 방치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며, 그 아동에 대한 보호와 교육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에 있다고 함으로써 가정에서의 아동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아동이 지닌 순수성을 불성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 보며 아동의 존엄성을 매우 강조한다. 아동의 장난이나 놀이는 순수하고 이상적인 인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순수성은 어른이 본받아야 할 불성의 한 면임을 강조하고 있다.
  윤리적 성격이 강한 유교는 교육을 통하여 인간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을 잘 보존하고 기르도록 하고 있어, 교육을 통하여 성인군자가 됨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생각과 뜻이 확실히 굳어지지 않은 아동기에 좋은 교육을 통해 말과 타당한 행동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주어야 하고 그렇게 하여 습관이 될 때 아동의 마음이 스승의 가르침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아동이 좋은 품성을 부여받고 훌륭한 인성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아동기의 교육뿐 아니라 임신의 과정에서부터 임신 중의 태교에 이르기까지 그 정성을 다해야 함을 강조했다. 태교는 ‘듣는 태교’와, ‘마음가짐의 태교’, ‘거처와 행동거지에 대한 태교’ 등 임산부와 그 가족들의 일상에서의 모든 부분들에 있어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동이 출생하기 이전인 어머니의 태중에서부터가 곧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아동교육을 나무를 키우는 것에 비유한다. 나무가 큰 재목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어릴 때 불필요한 가지들을 쳐주어야 하듯이, 아동을 교육함에 있어서도 어린 시기부터 성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나쁜 행동과 생각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봤다. 궁극적으로 아동교육의 목적은 개인적으로는 수기(修己)이고, 사회적으로는 치인(治人)이며, 이는 자신의 행동거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마음과 의지를 바로 세워 장차 안정된 사회를 이루고자 함이며 나아가 개인과 사회를 조화롭게 일치시키고자 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교적 교육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되면서 성인 중심의 사고체계가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성인 중심적 생각은 교육에도 반영되어 아동 중심이 아닌 성인중심의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왔다.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아동교육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목적과 내용, 방법 등에서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 시대를 사는 현재의 아동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잠재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  Ring A-Ring O' Roses Circle Game: 함께하는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  Ring A-Ring O' Roses Circle Game: 함께하는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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