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특집
[특집: 자유주의] 자유주의를 통해 이해하기박명식 / 사회진보연대 회원
김건우  |  madein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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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호]
승인 2014.03.15  17: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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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혁명, 인권선언문

  1789년 프랑스혁명을 시작으로 자유와 평등에 관한 권리가 개방된다. 프랑스혁명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프랑스혁명 전후 수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고, 그 동안 억눌려있던 제3신분 등의 부르주아가 승리를 쟁취한 혁명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월러스틴은 프랑스혁명의 고유한 이례성을 제도적 변화의 측면이나 지배계급간 계급투쟁의 측면이 아니라 정치이데올로기적 단절에서 찾는다.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을 통해 돌아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영국혁명은 로크를 주요한 이데올로그로 삼아, 그가 정초한 개인 즉, 자연적 권리로서의 소유권 보장과 소유자로서의 시민이는 정의한다. 영국혁명은 휘그당에 의한 수동혁명이었고, 상품소유자들에 대한 소유권 인정과 소유의 자유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에서는 계급 간 타협의 불가능 속에서 인민이 동원된다. 이 지점에서 기존의 정치철학과 단절이 생기게 된다. ‘인민주권’이라는 사고의 등장이 예고된 것이다. 이는 모든 인민은 궁극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해방과 자기통치의 관점이 정치철학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영국혁명의 구호는 자유였지만, 프랑스혁명에서는 ‘자유는 곧 평등’이라는 상이한 자유에 대한 해석이 제출됐고, 이로부터 권리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이 개방됐다.
  이렇게 개방된 권리에 대한 상이한 해석들을 통해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단절이 생겼고, 이를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길들일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이를 더욱 밀고 나갈 것인가라는 상이한 정치지형이 형성된다. 혁명 이후 각 이념들 간의 경합은 소유권과 노동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소유의 자유와 노동자의 자기소유로서 ‘노동에 대한 권리’의 대립은 1848년의 혁명 이후로 더 거칠게 진행됐고, 이로부터 각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출현했다.
  프랑스혁명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운동은 인민에게 시민권이라는 새로운 약속을 부여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의 급진성에 대한 각 정치세력 간의 투쟁으로 시민권과 자유-평등에 대한 열망은 최후의 승자인 자유주의로 봉합돼버린다. 이에 따라 자유주의가 지배이데올로기로서 헤게모니를 확립하고 민족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간체계가 형성된다.

 

자유주의의 승리: 민족국가


  동즐로는 그의 저작 <사회보장의 발명>을 통해 1848년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의 소유권과 노동권(자기 자신에 대한 소유권)의 대립과 공화국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연대성’을 발명하고, 이후 사회법과 사회보장으로 노동권 즉, 노동에 대한 권리를 봉쇄하는 것을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3가지 현대 정치이념 중 자유주의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회법은 노동권과 소유권 사이의 근원적 대립을 사회보장의 향상 장치, 즉 모든 이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각자의 기회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장치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권은 엄밀하게 옹호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재산의 강탈과 자유의 제거를 완전히 허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법은 소유에 대한 정당화와 모든 사람이 소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 공제에 대한 정당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된다.
  사회법이 열어놓은 것은 사업주의 전제적 권력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사업주의 권력을 해방시키고, 그 권력에게 완전히 다른 노동 경영 양식을 만들 가능성을 제공하며, 다루기 힘든 노동계급을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해 쉼 없이 신경 써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이윤을 더 고려하는 계약을 맺을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사회법에 의해 도입된 보장보험의 표준화는 사업주로 하여금 경제적 합리성을 이용하도록 한다. 경제적 합리성은 노동자와의 충돌을 줄여주고, 생산성 요구를 덜어주고, 기업주와 노동자 간의 관계를 임금 협상이라는 측면에서 보게 한다. 이러한 표준화는 노동조합이 사회적 합리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는 사업주의 이윤추구 정신의 비합리성을 고발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회적 합리성은 생산성 대신에 더 많은 보호 장치의 증가, 계약 대신에 더 많은 몫의 신분을 항상 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주의는 세계체계를 합리화하면서, 대중에게 희망과 기대를 제공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된다. 자유주의는 진보와 자유주의국가라는 틀을 가지고 아래로부터의 불만의 분출과 위험계급의 도전을 포섭하여 위험하지 않은 요소로 변형시킬 수 있었다. 자유주의국가는 위험계급들에 대한 조직적인 포섭의 길로 나아갔다. 이들이 활용한 것들은 보통선거권과 교육의 기회 제공을 통해 정치겙姸┗퓐쩔?대한 참여 가능성과 기대를 제공하는 것, 노동의 보호와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복지국가모델을 통해 안전을 제공하는 것, 국사와 표준어 제정을 통해 계급 및 인종적 차이를 민족 동일성으로 감축하는 것, 징병제를 통해 인민을 국민으로 전화시키는 것 등이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우리를 향해 열었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약속은 그에 대한 열망과는 다르게 자유주의에 종속되어 버린다. 자유주의가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민족동일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국가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대의민주주의’로 제한한다. 개인의 권리 또한 국가의 법에 의해 허용되는 권리로 제한된다. 이전의 사회계약 모델들에서 국가공동체는 개인들의 공통의 의지로 설명되는 관계지만, 자유주의국가에서 개인/국가의 관계는 전도되어 국가가 개인을 국민으로 호명하고 그 자격과 권리를 부여할 정당성을 확보한다. 국가야말로 진보의 담지자이자, 유일한 재판관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의 위기: 어떤 미래?
 

  현대의 국민을 형성하는 한 축으로서 민족성은 중세의 종교에 기초한 허구적 보편성을 모방하고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을 민족적 인간으로 (재)생산한다. 이는 도달할 수 없는 순수성으로서의 민족이라는 의미에서 허구적이고, 스스로를 신성화하면서 다른 정체성을 상대화한다는 점에서 배타적이다. 민족적 보편성은 계급, 성별, 종교 등의 정체성 위에 군림하여 민족이라는 가상적 공동체 내에서 각 정체성들 간의 위치와 관계를 지정하고 차이에 기반한 충돌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민족국가하에서 각각의 개인이 갖는 시민적 권리는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이라고 가상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매개로 변형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특수한 적대는 감축되고 동일하게 가상하는 민족이라는 보편적 정체성을 통해서 관계 맺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 축적체계의 국면변화, 즉 생산영역에서의 잉여 축적의 불가능으로 인한 위기를 반작용해내기 위한 자본집중으로서의 금융화라고 한다면, 현 국면은 항상적인 구조적 위기로서 경제위기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신자유주의 기획 자체는 이러한 경제위기라는 내적 위협에 맞서 구조조정의 일상화, 사회보장의 축소, 실질임금의 감소 등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안전의 범위를 점점 축소하는 방식을 필연적으로 포함한다. 그 동안 자유주의국가가 제공해왔던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들이 축소된다는 것은 ‘국가의 위기’와 직결되는 것이며, 마르크스의 말처럼 자본주의가 그 자신의 무덤 파는 자들을 필연적으로 생성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20세기 이래로 민족국가 내부의 적대의 관리를 통해 체계를 유지하는 지배이데올로기 자유주의는 그 자신이 발 딛고 있던 경제영역이 위기에 빠짐으로써 국가와 함께 그 역능을 잃고 있다. 은폐돼있던 적대와 차이가 세계 곳곳에서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 그리고 신중세질서와 같은 극단적 폭력으로 흘러나오고 있으며, 유럽, 아시아 극우정당이 그러한 원한과 폭력을 배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배이데올로기로서 기능했던 자유주의(기획)를 돌아봄으로써만 현재의 위기와 폭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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