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 교육학과 교수

  몇 해 전 여당의 원내대표가 추락하는 지지도를 회복해볼까 하는 기대에서 느닷없이 꺼내 든 ‘반값 등록금’ 카드가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촛불시위로 비화하였는가 하면, 언론이 앞을 다투어 우리나라의 대학과 교수들을 싸잡아 매도한 적이 있다. 이를 기화로 우리 사회에서는 고등교육의 비용과 그 부담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대개 등록금에 대한 논의는 학부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대학원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로 한다.
  대학원 교육은 초중등 교육과 같이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학습권에 관한 것이 아니다. 대학원 교육은 대학 교육과도 엄연히 다르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고학력화됐다 하더라도 석사학위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는 직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원 교육은 기본권이 아닌 특권이다. 특권은 반드시 비용이나 자격조건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 누구나 대학원 교육을 받을 수는 없으며, 대학원 등록금이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또한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특권에 수반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이는 자칫 경제적 약자 계층을 특권으로부터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원 등록금은 어떤 수준인가?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은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고, 조직과 시설을 운용해야 하는 대학들은 항상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대학들은 상시 평가체제로 인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재정이다. 그간 부지런히 교육시설과 연구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학 재정의 가장 주된 출처인 등록금을 낮추게 되면, 교육의 질적 저하는 명약관화하다. 그렇다고 대학원의 등록금을 마냥 높일 수만도 없다. 그렇게 되면 대학원 교육은 그야말로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학원 교육은 하나의 특권이다. 따라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형평의 원리에 어긋난다. 물론, 소수의 유럽 국가들은 대학원 교육을 국고에서 부분적으로 보조하는 제도를 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우 대학원생들은 매우 엄정한 기준에 의해 선발되며 대학원 교육의 문은 그만큼 비좁아진다. 모두가 동등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이런 제도를 수용할 수 있을까? 미국의 명문대학처럼 대학원생들에 대한 장학금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재정 구조상 장학금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미국의 명문대학이라고 모든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인문사회분야의 장학금 수혜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대학원생들의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학자금 융자를 현실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이와 아울러, 장학기금의 확충을 위한 보다 폭넓은 대학의 재정확보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열정과 재능은 있으나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대학원 교육을 포기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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