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등록금 인상의 사각지대


  대학원 등록금이 3% 인상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는 한편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등록금을 3%, 법학대학원 8%, 특수대학원 등록금을 3.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등심위는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 2차 회의에서는 대학원 등록금 인상 안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나 3차 회의에서 등록금 인상이 논의됐고, 4차 회의에서 35대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가 조건부 찬성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작년에 이미 1.5% 인상되었던 대학원 등록금이 다시금 인상된 이유는 무엇이며, 등심위 회의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조목조목 살펴보기로 하자.


대학원 총학생회의 순진한 마음가짐과 미숙한 대응

 
  이구 원총 회장(북한개발 협력학과 석사과정)은 작년에 이미 인상된 대학원 등록금이 다시 인상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 했지만 3차 회의에서 인상 안이 언급되었을 때 자신도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대학원 등록금이 2년 연속으로 인상된 전례가 많지 않았다고 해서 인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은 순진한 마음가짐으로 미숙하게 대응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타 대학이 인상 동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1.6% 인상했으니 동결을 기대했다는 원총의 입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갑작스럽게 인상 안이 제기돼 본부와 대학원 사이에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회의를 이어가느라 곤혹스러웠겠지만 애초에 경우의 수를 더 많이 고려했어야 한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장학금 2유형에 책정된 예산 5천억 원을 대학 중에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교내 장학금을 상당수 확충한 경우에만 배정하기로 했고, 대다수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했다. 이에 비해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더라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타 대학들 역시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 예측됐다. 즉, 다른 대학이 모두 등록금을 인상하기 때문에 본교도 등록금을 인상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등록금 인상의 명분인 것이다. 등심위 최재원(안성캠퍼스 학생처장) 위원은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학원 평가에서 정원이 감축될 수 있고 이는 본교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노영돈(서울캠퍼스학생처장) 위원은 대학원도 내년도부터는 인상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상두(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명분을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번 인상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확보 차원의 인상이라는 것을 확실시 했다. 또, 외부전문가 권혁재(삼일회계법인 부대표, CAPA, AICPA) 위원은 “보통 등록금이 저렴하면 왜 그런지, 타 대학은 인상하는데 왜 인상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타 대학이 인상하니까 우리대학도 인상하자고 하는 것도 나쁜 의사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총의 요구조건을 제외한 경쟁력 강화 세부계획이 아직 불명확한 상태에서 재원확보 차원의 인상이라는 점만 강조하는 것은 성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대학원도 등록금 인상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국가정책을 예측한 것이든, 타 대학 동향을 예측하여 제기된 것이든 근거 부족한 주장으로 보인다.
  게다가 본부 측에서 섭외한 외부전문가는 있는데, 어째서 학생회 측에서 섭외한 외부전문가는 없을까? 원총 회장은 “올해 예산안을 작년과 비교하려면 작년 본예산과 비교한 자료를 줘야 하는데 작년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한 자료를 주는 식이었다”며 1차 회의에 제공된 자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등심위는 작년 등심위보다 기간도 1주일 짧았으며 회의 시간도 부족했다. 이렇게 숙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학생회 측에서 발 빠르게 외부 전문가를 섭외했어야 하지 않을까?


조건부 동의와 향후 계획


  원총 회장은 대학원 등록금 인상 안에 대해서 인상재원 전액을 대학원에 사용한다는 약속 하에 동의했으며 302관(대학원)의 전면적인 창호교체를 최우선으로, 대학원 지하 학제간 연구실의 정화조 악취문제 해결, 대학원 열람실의 컴퓨터 교체, 1층 대학원 연구실에 빔프로젝트 설치, 302관 옥상에 휴식공간 조성, 대학원 복사실 복사기 추가설치, 열람실 칸막이 교체, 302관 내 복도를 전시 문화공간으로 사용, 24시간 연구공간(강의실) 등을 요청했다. 이에 본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시행시기를 검토한 후 확보재원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반영키로 했으며 앞으로 원총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작년의 등록금 인상 때에도 302관의 창호교체를 약속했으나 학교측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협의할 때에는 이행시기를 확정하고 문서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국 6개 대학원(강원대, 건국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원 등록금 인상 철회와 일방적인 인상을 막기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원총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교 원총은 이미 조건부 동의를 하였기 때문에 총학생회 연합의 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6개 대학원 총학생회 연대는 등록금 인상 안 이외에도 든든학자금 대출허용, 학자금 대출 이중지원 요구, 법인의 법정부담금을 학교 회계에 전가할 수 없도록 제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본교 원총이 시설물 보수에만 집착하고 교육권 주체로서의 대내외적 발언을 자제한다면, 원총이 조성하고자 하는 쾌적한 연구 환경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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