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 전 편집장


  신자유주의로 인한 대학의 기업화가 대학언론의 위기 또한 초래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지 오래다. 대학언론의 존재가치는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기치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 이같이 대학언론에 대한 재사유화가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다행히 <대학원신문>은 여전히 ‘진보적 대안언론’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비판적 목소리를 담지하고 있다.

  <대학원신문>의 1면을 차지하는 포커스는 신문의 관점과 입장이 명확히 드러나는 지면이다. 이번 학기에는 ‘구조조정 가처분 소송 판결 논란’, ‘청소/시설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노조 결성’, ‘유학생 인권 실태와 제도적 방안’, ‘중앙인 커뮤니티 게시물 제재 논란’의 제목으로 구성됐다. 청소/시설노동자나 유학생 등 학내에서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했던 시도에서 나타나듯이 이번 학기 <대학원신문>은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말하고자 노력했다. 나아가 확고한 프레임과 비판적 논조 또한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대학원신문>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중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단연 <논평>면이 추가된 점이다. 지금까지 학내기사나 사설란을 제외하고는 편집위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면이 없었다. 하지만 편집위원들이 여러 사안들에 대해 논함으로써 <대학원신문>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다양한 학술기획 지면을 신자유주의 비판이라는 틀을 통해 유기적으로 엮어낸 시도도 돋보였다. 나아가 과학 지면을 통해 자칫 배제될 수 있었던 이공계열 원우들의 참여공간을 확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엔 아쉬운 점도 있다. 신문사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원우와 독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진 점이다. 신문사의 목소리는 비단 신문사뿐 아니라 독자의 소리가 합쳐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입장이 소통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어조를 넘어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통해 명확한 논조를 다듬어가야 할 것이다. 기획이나 편집에 아쉬운 점도 있다. 12면의 <이젠 없지만>과 <창작을 위한 감상>은 명확한 기획의도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커버스토리는 이전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언론의 목소리가 오랜 침묵에 결박된 현시점에서 제 목소리를 찾고자 한 <대학원신문>의 노력은 대학언론의 존재가치와 방향성을 시사해 준다. 앞으로도 스스로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부딪치고 소통될 수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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