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 / 토목공학과 석사과정

 
 

  움트고 있는 본교의 생동감이 전해지고 있다. 비록 이공계열의 작은 연구실에 앉아있지만 본교의 발전을 체감하기는 어렵지 않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2008년 종합평가 14위, 교수연구 14위에서 올해 종합평가 8위, 교수연구 6위를 달성한 것을 보면 짧은 시간 엄청난 도약이었다. 특히 교수연구 분야의 경우는 대학원생으로서 학교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 걸출한 성과를 냈지만 급격한 변화 혹은 성과위주 운영에 따른 부작용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교수 당 국제학술지 논문 수의 평가는 우수하지만, 국제논문 피인용지수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은 근본적인 연구 분야가 등한시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실질적인 연구 성과보다는 많은 양의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출신학교의 대학평가 순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규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우수장학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석사과정 내에 SCI에 해당하는 논문을 등재해야 하는 부분도 문제가 된다. 물론 장학금의 의도는 유능한 학생을 유치하고 학비부담 없이 연구와 학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대부분 이공계 연구의 경우는 실험 장비 같은 제반시설이나 실험재료 및 시약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적우수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입학이 때로는 연구실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현재 본교 이공계 연구 펀드의 대부분은 산학협력 연구용역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펀드의 경우 성과 위주의 분위기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대학원의 역할인 기초과학 연구와 학술적인 발전에 기여하기 힘들다. 또한 연구용역의 편중으로 일부 연구실의 경우에는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가하면, 과다한 프로젝트로 인한 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양쪽 모두 학술연구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기는 어렵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구중심대학을 위한 펀드는 매우 제한적이다.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 지원 펀드인 BK21 플러스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매우 한정적일 뿐 아니라 선정기준이 기존 지원 기관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 사실이다. BK21 플러스의 지원 여하에 따라 학교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며, 특히 서울시내 대학 중 본교의 수혜율은 매우 적다(선정된 총 사업단은 12개고, 그중 과학기술분야는 1개 밖에 되지 않는다). 본교는 현재 도약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세계 일류대학,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사려 깊은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가는 입장이 아닌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예를 들면, 학위논문이나 SCI 논문을 쓰려는 학생의 연구계획에 따라 학교에서는 실험재료, 소모품 혹은 시약 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계획을 적절히 심사해 지원의 가부를 결정한다면, 성적우수장학금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제도는 적은 지원으로도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산업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기초 분야의 연구를 효율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과 단위, 혹은 더 작은 단위로 기초분야연구단을 만들어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고 적절한 목표성과를 제시한다면, 연구역량의 발전뿐만 아니라 훗날 BK21 플러스 같은 펀드에 선정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교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삼는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정적인 연구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기로에 놓이거나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을 맞이 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와 노력에 의해 조금씩 나타나는 성과가 억지로 힘을 짜낸 마지막 한걸음이 될 것인지, 더 빠르게 달려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인지를 정하는 순간은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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