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6.4 월 12:21
기획정치
[정치] 전쟁-평화를 넘어서기주하윤 / 평화연대네트워크 활동가
김건우  |  madein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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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호]
승인 2013.12.07  10: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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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닌은 <사회주의와 전쟁>에서 당시 유럽대륙 전체에서 고조되는 전쟁, 부르주아의 기만적 자유와 평화의 옹호, 기회주의자, 애국주의적 열망 등을 비판하면서 혁명적 사회주의자의 임무를 제시한다. 특히 그는 부르주아에 의해 기만당한 채 확산되는 전쟁, 즉 제국주의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그 이전의 억압을 폐절하고 자유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던 전쟁(봉기)을 구분 짓고 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무정부주의자나 평화주의자와는 정치적 차별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 테제를 마르크스주의 전쟁론의 핵심적 원천이자 주요한 테제로 이해하면서, 수십 년 동안의 유럽열강들의 정책(정치)이 평화 시에도 노동자계급을 탄압하고 다양한 민족을 예속화시키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밝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부르주아들의 반동적인 공격과 압제에 대해 펼치는 ‘조국방위’ 이념은 부르주아적 진보성에 지나지 않는 오류 및 위선이라 비판한다.
  
  레닌이 자신의 전쟁론을 정초했던 시기는 제국주의 시대였다. 당시는 ‘제국주의’라는 시대 규정을 둘러싼 논쟁과 더불어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국제주의 전선이 확대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당시의 독특한 제국주의적 맥락은 사회주의 혁명과 식민지 해방운동(민족자결)이 동시대적 과제로 제기될 수 있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던 국제주의가 이 시기에 하나의 현실적 슬로건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는 <공산주의자 선언>이 강조했지만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표출 불가능했던 특징들이 이 시점에서 응축되어 돌출됐기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을 넘어


  레닌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제국주의를 ‘대외정책체계’로 보는 시각에 반대하면서, 이것을 자본주의 발전의 최고의 단계이자 자유경쟁이 독점에 자리를 내주는 거대한 규모를 가진 단계로서, 그와 조응하는 정치적 상부구조는 민주주의로부터 정치적 반동으로의 변화라고 인식했다. 대내·대외정책 양자 모두에서 제국주의는 민주주의의 침해, 반동을 향한 질주이며 이런 의미에서 제국주의는 이론의 여지없이 민주주의 일반, 즉 일체의 민주주의의 ‘부정’이지 단지 민주주의의 요구들 가운데 하나, 민족자결만의 ‘부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레닌의 주장은 혁명적 민족운동에 의해 과잉결정되는 계급투쟁의 복잡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차 세계전쟁에 연루되는 대중이 민족자결주의로서 국제주의를 포함하는 다양한 민주주의적 요구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반역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레닌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평화주의’ 그 자체에 대한 옹호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평화주의’를 내세우는 이들이야말로 기회주의자이고, 부르주아적이라고 맹렬히 비판하기도 한다. 단적으로, ‘조국방위’를 주장하는 인터내셔널 주류에 맞서 ‘무장 해제’(또는 군비축소)를 주장하는 짐머발트 좌파들을 비판하는 데에서 레닌의 전쟁론을 확인할 수 있다. 레닌은 “사회주의자는 혁명전쟁을 반대한 적도 없고 반대할 수도 없다”는 일관된 입장으로 당시 벌어지고 있는 반동적인 전쟁이자 범죄적인 전쟁에 대항하는 전쟁, 식민지 민족들의 민족 해방 전쟁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은 그런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내전’ 역시 전쟁인데, 계급투쟁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어찌 내전을 부정할 수 있느냐고 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군사강령>이라는 글에서 레닌은 “우리가 한 나라의 부르주아지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부르주아지를 타도해 마침내 그들을 정복하고 수탈한 연후라야만 전쟁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무기를 사용하고 무기를 얻는 법을 배우려 노력하지 않는 피억압 계급은 노예처럼 취급받아 마땅할 뿐이다”, “우리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이 돼야 한다. 부르주아지를 쳐부수고 수탈하며 무장을 해제하기 위한 프롤레타리아트의 무장! 이것이야말로 혁명적 계급에게 가능한 유일한 전술, 자본주의적 군국주의의 객관적 발전 자체로부터 논리적으로 뒤따르고 또 그것에 의해 지령된 전술이다”라고 주장한다. 무장 해제의 요구는 “혁명의 모든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회피”이며, “프롤레타리아 민병대”를 소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으로서의 전쟁


  레닌은 본 저작을 통해 전쟁이 첨예한 위기를 양산해냈으며, 그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중의 고통을 증대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전쟁의 반동적 성격과 약탈적 목표를 ‘국가적’ 이데올로기로써 은폐하기 위해 부르주아지가 토해내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은 오히려 대중들 사이의 필연적인 혁명 분위기를 창출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혁명가들의 주요한 임무는 대중들로 하여금 그러한 분위기를 의식케 하는 것이고 동시에 심화·구체화하는 것에 있다고 봤다. 

  이 지점에서 알 수 있는 핵심적 쟁점은 레닌이 받아들인 클라우제비츠 테제에 있다. 레닌은 그 테제를 독창적으로 개조하는데, 그가 받아들였던 것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는 테제였다기보다는 ‘과정으로서의 전쟁’이라는 테제였다. 아니면 전자의 사고를 정정함으로써 레닌은 후자의 사고를 아주 엄격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그 당시 전쟁의 분석에 적용할 수 있었다. 전자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그것이 전쟁을 ‘도구(수단)’로 바라봄으로써 ‘정치’ 자체를 불변적이거나 자율적인 행위자(도구 사용자)인 국가의 행위로써만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도구주의적 사고에 교정을 가함으로써 레닌은 전쟁이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일 뿐 아니라, 역으로 정치의 진행, 조건들, 행위자들을 변형시키는 효과를 초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즉 전쟁은 내재적인 모순들의 발전, 단절, 전화가 발생하는 물질적 과정인 것이다. 레닌이 이러한 관점하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전쟁 속에 대중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국이라는 상황에서 대중은 혁명적 계급의식을 획득해나갈 수 있으며, 전쟁의 지속시간에 의해 새로운 정치의 조건이 마련되거나 변형되는 것이다. 바로 전쟁과 정치는 서로가 변증법적 긴장에 놓이게 된다. 또한, 전쟁은 수행국가 내부의 경제를, 특히 생산의 과잉집중을 가져오게 되며 이는 국가의 내적 역량을 넘어서는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전쟁’은 정치의 조건을 변형시키며 이는 혁명적 정세의 조건이 된다. 이 토대 위에 레닌의 그 유명한 구호인 ‘제국주의 전쟁의 혁명적 내전으로의 전화’가 놓여 있는 것이다. 이는 인민의 전쟁이 동반하는 파국과 공포가 시간이 지속됨에 따라 국제주의적 계급의식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러한 전면적 총력전의 시기가 종말을 맞이했다. 지금의 시대는 세계적 통치성의 확보를 위한 군사세계화, 즉 자동화된 지휘·통제체계와 결합한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 무기, 그리고 극단적 폭력을 일반화하는 ‘새로운 전쟁’은 대중의 주체로 더 이상 호명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미국이 직접 수행하는 전쟁들의 경우 그것들은 국민전이나 총력전의 양상으로까지 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전쟁 속에 대중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민중은 생존을 위한 결정권을 모두 빼앗겼으며, 인류 절멸의 가능성으로 점철되는 ‘신중세적 무질서’가 예고된다. 공동체들 간의 작은 전쟁들의 경우 미국은 전쟁에 직접적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부터 공동체들 간 무장투쟁을 선동하고 그 결과만을 관리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현재의 전쟁 속에 대중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절멸되고 있는 대중이다.

  레닌에게 중요했던 것은 일반적이며 보편타당한 전쟁의 정의가 아니었다. 그는 전쟁을 단순히 반대하지도, 혹은 조국방어전쟁과 계급전쟁을 분리시켜 후자에만 함몰돼 실제 역사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전쟁의 물질적 조건들을 분석·활용함으로써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만들 ‘변혁’의 가능성을 사고하고자 했다. 여전히 레닌적인 사고는 우리에게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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