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본교 청소/시설노동자 비정규직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 지부(이하 서경지부) 중앙대 분회(이하 분회)’의 몇몇 분회원들이 용역업체 ㈜TNS로부터 일방적인 징계를 통보 받았다. 사건 하루 전인 19일 분회측은 원청사용자인 본교, 용역업체 ㈜TNS와 더불어 3자 협상을 갖고 자신들의 요구안을 본교와 업체측에 전달하고자 했다. 요구안은 청소노동자들의 근무시간 단축(기존 7-17시에서 7-16시로)과 토요일 근무시간 및 급여와 관련된 조정안이 담겨있었다. 이는 월 노동을 202시간으로 맞추고 이를 초과할 경우 적절한 급여를 지급해 달라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업체측은 사전 통보 없이 이날 회의에 불참했고 이에 본교측 협상자로 나선 총무팀장의 제안에 따라 협상은 다시 22일로 연기됐다.

  그런데 다음날 20일 업체측은 전날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협상에 참석했던 분회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동안 업체측은 주로 노무사를 통해 협상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분회측이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기회가 적었고, 이에 자신들의 요구안을 대표이사를 만나 직접 전달하고자 일부 분회원들이 협상에 동행했던 바 있다. 하지만 업체측은 협상에 참석하지 않았고, 오히려 협상에 참석하고자 했던 분회원들의 명단을 입수해 이들에게 징계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 21일 분회측은 본관 로비에서 ‘조합원 대량 징계 철회’,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이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지만 총무팀으로부터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그리고 22일 다시 열린 3자간 회의에서도 업체측은 ‘요구안 수용 절대 불가’와 더불어 ‘징계 사실 철회 예정이 없음’을 밝혔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분회측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서경지부 조직차장 김진랑씨는 “업체측이 어떻게 요구사항 전달 당시 참석했던 분회원들의 명단을 입수했는지 의문이다”라며 “혹시 명단이 학교측을 통해 입수됐는지 사실 여부를 문의했지만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또한 “단지 학교측에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참석했던 분회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명백히 부당한 일”이라며 징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의 협상안, 두 개의 노조


  지난 25일 업체측은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레 본교 경비직 노동자들이 주로 소속된 한국철도산업노동조합 중앙대 지부(이하 한철노 중대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단체협약에서 체결된 내용은 분회측이 요구했던 사안들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학내에 게시된 협상 타결 홍보물엔 ▲정년 70세 합의 ▲법정근로시간 준수 ▲기존 주 6일제를 주 5일근무로 합의(2013.11.26부터 시행) ▲16시 퇴근 합의 ▲단체협약 체결로 고용승계 등 근로조건 개선이 본 협상의 성과물이라 공지하고 있다. 이는 애초에 분회측이 요구했던 사안들이거나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서경지부 조직발전특별위원회 구권서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한철노 중대지부측 소속 노동자는 대부분 경비직이다. 이들의 근무 형태는 맞교대 형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협상안 내용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한철노 중대지부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편익과는 거리가 있다”며 “이 협상에서 근무시간과 관련된 부분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이들은 오히려 미화직 노동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협상은 미화직 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지부로 가입시키려는 노조 탄압의 방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체측은 모든 요구안에 대해 절대협상불가를 외치는 상황이라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학교 본부가 조정자 입장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참가하는 학교측 실무자가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발을 빼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해결이 되지 않아 답답한 노릇”이라며 본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또한 “21일 있었던 농성 과정에서 과격한 행동이나 위협이 될 만한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에서 시설보호요청을 하겠다고 밝힌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도 여전히 분회 소속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쉽게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업체와 분회 사이의 중재자로 본교가 나서지 않고 그 역할을 업체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인지, 골치 아픈 일을 떠안기 싫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원청사용자로서의 본교측 책임이다. 본교는 자신들에게도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상기하고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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