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겨울 자유인문캠프의 세 번째 공개강연이 개최됐다. 대학원총학생회 인문계열과 공동주관으로 열리는 자유인문캠프는 <국가와 정치>라는 표제로 3회 진행되며, 이번 강연은 <국가와 대중봉기>란 주제로 김정한 교수(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가 발표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 앞서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논쟁을 회고하면서 현대 국가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고, 대중봉기가 국가의 민주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강연의 취지를 밝혔다.

  김 교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서 국가는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 업무를 처리하는 하나의 위원회일 뿐이며, 정치권력이란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한 계급의 조직된 폭력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국가이론과 권력을 사고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국가권력과 국가장치의 구분, 억압적 국가장치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구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론 논쟁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로 풀란차스를 꼽았다. 그는 국가를 본질적인 실체가 아니라 ‘계급·계급분파들 사이의 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이라 표현한 바 있다. 이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정의들을 수정한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풀란차스의 논의를 빌어 “인민 대중이 어떤 장치로부터 물리적으로 배제돼 있는 경우에도, 이러한 투쟁은 항상 장치 내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와 대별되는 비판적 마르크스주의의 대응전략을 소개했다. 첫째, 인민 대중 조직의 자율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이며, 둘째, 국가 장치로부터 거리를 둔 거점과 조직망을 유지·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가나 권력 외부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며 최근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에도 일부 시사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김 교수는 민주주의의 탈민주화와 관련해 현대 국가의 주요 특성을 언급했다. 기업권력과 국가권력의 융합이나 선거와 투표가 마케팅 경영에 좌우되는 점, 신자유주의적 경영원리가 국가경영에 침투되고 국제적 법원의 권력과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점, 그리고 자본의 초국적 흐름은 국가의 신자유주의적 통치화와 결합해 국가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는 특징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탈민주화와 관련해 대중봉기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로부터 끌어내야 할 결론은 대항권력, 권력에 대한 통제와 실질적 대표가 존재하는 한에서 시민권이 다시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 교수는 “물론 대중봉기의 시공간이 지나면 대중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텅 빈 거리에는 흔적도 남지 않지만, 소멸한 대중봉기는 그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건을 충실히 반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시킨다”며 “이것이 대중 봉기와 연속적인 새로운 사회운동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원천으로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대중봉기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모태(matrix)가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해체할 수는 없지만 대중봉기를 통해 지배이데올로기의 균열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즉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상징질서로서 대중봉기 이후 새로운 법·제도·권리를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연합적 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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