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욱인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최근 빅데이터가 새로운 부를 창출할 ‘미래의 석유’로 떠오르고 있다. 빅데이터는 자동화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 대중의 활동 결과물을 집적한 것이다. 서비스 플랫폼 제공자들은 이용자 활동 결과물을 자신들의 서버로 이전하는 동시에 축적된 정보를 다시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게 서비스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빅데이터에 관한 논의들은 대부분 빅데이터의 경제적인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전에 이용자 활동 등을 통한 데이터의 자동 축적 과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은 만들어질 수 없다. 민간 빅데이터는 서비스 제공업체의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용자 생산과 생산물의 변형과 확장 및 활용은 모두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미리 짜여진 알고리즘을 통해 운영된다. 그래서 이용자 활동을 수집·흡수하고 추적·포획하는 서비스 제공업체의 플랫폼에 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이용자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들은 자신의 활동 결과물뿐만 아니라 추후에 추적될 수 있는 흔적 데이터를 남긴다. 두 가지 모두 서비스 제공자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눈에 보이는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이용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용자 활동 결과물의 전유를 비롯하여 활동 흔적의 추적과 축적이 은밀하게 이뤄진다. 이 둘 모두는 플랫폼의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다뤄지는 코드의 활동 결과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건물의 외관과 기능에만 주목하듯, 서비스 플랫폼의 이용자도 그것의 이용자 인터페이스만 만난다. 그 건물의 기초를 이루는 지하 기초나 건물의 뼈대, 복잡한 배선과 설비 등은 이용자의 관심이 아니다. 그러나 서비스 플랫폼의 아키텍처는 눈에 보이는 부분과 눈에 드러나지 않는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눈에 보이는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플랫폼 아키텍처의 외관에 불과하다.
 


플랫폼 이용자 = 플랫폼 장치의 부품?


  정보자본주의는 장치들의 증식과 축적을 통해 진행된다. 인터넷 시스템은 그 안에 다양한 장치들을 거느리고 있다. 거대 서비스 회사들의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활동장치이자 이용자 생산물의 수집장치인 동시에 이용자 감시장치로 연결될 수도 있는 다중적 장치로 기능한다. 플랫폼이란 장치는 무엇일까?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을 보면, “‘플랫폼’이라 함은 콘텐츠와 같이 앱 개발자와 웹 사이트 운영자를 비롯한 제삼자가 페이스북에서 데이터를 발췌하거나 페이스북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API와 서비스를 의미한다”라고 정의돼 있다(페이스북 이용약관 18. 「용어정의」).

  플랫폼의 활동장치, 수집장치, 감시(포획)장치의 삼중적 역할은 각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층위를 형성한다. 첫째, 플랫폼 장치를 통해 이용자의 문화와 ‘주체’가 만들어진다. 둘째, 이용자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자신의 활동 결과물을 전유당한다. 이것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이용자 활동의 교환이 이뤄지는 경제적 차원이다. 셋째, 국가는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 규제를 통해 그들의 플랫폼에 영향을 미치거나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센터를 국가기구와 연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플랫폼은 국가권력의 인구 통제와 감시 기계로 연결된다. 플랫폼을 통한 이용자 주체형성 과정은 주체적이면서도 주어진 인터페이스와 플랫폼의 정해진 틀에 맞게 이뤄진다. 이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플랫폼은 다양하고 열린 이용자 활동 문화를 만드는 동시에 인터페이스에 예속되는 ‘신체’와 ‘기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결집하는 사회적 주체형성뿐만 아니라 플랫폼 장치의 부품이 되는 주체형성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이용자 활동과 서비스 플랫폼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는 서비스 플랫폼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비대칭적 관계를 낳는다. 이용자는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활동 결과물을 전유당하고, 활동 행위를 추적당한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회사 사이의 이용약관이 체결되는 시점부터 이용자 활동 데이터는 서비스 제공 회사의 전유물로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용자가 약관에 동의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플랫폼 안에서의 이용자 활동은 ①이용자 개인 식별 데이터, ②이용자 활동 결과물 데이터, ③이용 흔적 데이터라는 세 가지 층위의 데이터로 축적된다. 개인 식별 정보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자신의 아이디 및 관련된 신상정보를 넘겨줌으로써 생성된다. 이런 신상 데이터를 서비스 제공자에게 넘겨주어야 비로소 서비스 이용이 시작되기 때문에 개인이용자는 불가피하게 자신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개인신상정보의 내용과 폭은 단순한 아이디에서 이름, 거주지, 성별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단 개인 이용자가 서비스를 활용하게 되면 그는 자신의 활동을 통해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무료 서비스는 없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서비스 회사들은 이용자 활동을 통해 축적된 콘텐츠 자체를 빅데이터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물로 축적한다. 서비스 플랫폼 회사는 이용자가 남긴 이런 흔적을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면서 그 결과물을 분석·활용해 데이터베이스 마켓팅에 활용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로 변형한다. 검색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서비스나 검색어 통계를 활용한 트렌드 예측, 이용자 활동 추적 결과물을 활용한 타겟 마켓팅 등은 이용자 활동 흔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래의 이용자 활동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활용 방식은 사이버네틱스의 통제적 차원을 잘 보여준다.

  이들 세 가지 데이터 레이어를 조합하고 결합할 경우 이용자에 대한 통제가 발생한다. 일단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나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가 플랫폼 서비스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로 넘어가면 이용자는 자신의 신상정보와 활동 결과물, 흔적 등 어느 것에도 자신의 통제권을 행사하기 힘들다. 자신의 신상정보는 다른 이용자들의 신상정보와 결합해 플랫폼 서비스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로 변환된다. 무료로 제공되는 플랫폼 서비스의 대가로 그들은 빅데이터를 자사의 자산으로 만든다. 이용자 자신이 만든 활동 결과물은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구성 부분으로 서비스업체에 귀속된다. 이용자가 남긴 활동 흔적이 자신을 향한 통제와 조절의 도구로 변형되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결국 스스로 서비스의 이용자로 있는 동안 어느 것 하나도 이용자 자신의 온전한 통제 아래 놓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자동화된 플랫폼 서비스에서 이용자가 벗어날 대안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서비스 플랫폼 자체가 이용자 활동의 공간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공짜 서비스를 즐기는 대신 그들의 식별 정보, 활동 결과물, 이용 흔적을 마치 임대료를 지불하듯이 서비스 제공자에게 건네준다. 서비스 플랫폼의 이러한 이중적 속성이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의 자발적 저항을 어렵게 만든다. 이용자가 인터페이스 수준이나 데이터 활용 영역에 개입하고 참여할 방법이나 도구도 없다. 다만 플랫폼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해킹이나 ‘물러서기(이용거부)’ 정도가 그나마 실행 가능한 대안이다. 그러나 이용자의 데이터를 전유하고 이용자를 감시하며 이용자를 수단으로 내모는 플랫폼 체제를 극복할 주체는 이용자 이외의 다른 누구도 될 수 없다. 이 명백한 사실에서 빅데이터 시대의 이용자 운동이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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