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파이퍼홀(103관) 106호에서는 ‘비와 당신 학생 서포터즈’가 주최하는 특별한 강연회가 열렸다. 지난 9월 27일 출범한 본교 청소‧시설 노동조합 지원에 앞장섰던 ‘비와 당신’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권익 실현을 위한 학생들의 모임이다. 이날 강연자인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지금,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 앞서 이 교수는 일방향적인 지식전달이 아니라 쌍방향적인 문답/토론 형식을 원한다며 참석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질문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 학생들은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노조의 실제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국내 노조 조직률은 왜 낮은가?’,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노동시장의 분절성과 연대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조활동에서 학생의 역할’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이념형적으로 존재하는 노조와 현실에서의 노조의 괴리가 왜 일어나는가를 생각하고, ‘노조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약자로서 노동자들이 착취에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장치이자 자발적 결사체로서의 노조라는 보편적인 인식이 있지만, 대공황이라는 자본주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가의 구제와 노동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노조가 잉태됐다는 것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생산수단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약자의 위치에 놓인 노동자에게는 노동3권의 현실화로서의 노조가 필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노조의 활동에 대해 “단체교섭‧단체행동권과 같은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하향질주(임금/근로조건 하향 경쟁)를 막고 사측에 통일된 고용 조건을 요구하기, 자주(노동)복지 활동을 발전시켜 정당의 노동정책 변화를 추구하기, 홍보 등의 일상활동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현실적인 노조활동을 인정하지만, 제왕적인 인식 속에서 대립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자본가의 반대가 없다면 노조가입률이 4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노조의 현 실태를 지적했다. 더불어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97년 총파업이라는 긍정적 정세에도 불구하고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실리주의적 조합주의와 결합해 노조의 성격 변질이 발생했고, 여기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분절성에 대해 “87-97년까지는 일종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통해 경제적 분배구조가 균형을 이뤘지만, 97년 이후 대기업 독식구조로 변화하면서 균형이 무너지고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분절성이 증가하게 됐다”면서 “정규직 노조 스스로의 이익 챙기기 때문에 비정규직과의 연대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의 말미에서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와 인식개선을 위해 “자본주의적 독식 시스템과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인 힘’을 끌어내는 연결고리로서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과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사회의 사막화를 막아내는 더 큰 생태계와 매커니즘을 생성하고, 사업장을 넘어 지역사회 속에서 새로운 고유명사로서의 노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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