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후문에 경영경제관 착공으로 인해 가림막이 생겼다. 학교 후문으로 들어설 때 대운동장 뒤편으로 보였던 흑석동 전경은 사라지고 공사장 주변 소음을 알리는 측정기만 눈에 들어온다. 이 광경이 어색하지만은 않은 건, 옛 건물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최근 10년 간 개교 이래 가장 많은 공간이 생겼다. 도서관 리모델링과 기숙사 신축은 논외로 하더라도 2007년 법학관을 시작으로 R&D 센터와 이번에 착공한 경영경제관까지 합치면 짧은 기간 동안 세 개의 건물이 신축되는 셈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공간이 증가함과 비례해 공간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커다란 건물이 지속적으로 새로 지어짐에도 해결되지 않는 공간의 부족이다. 본교 학생들은 이 문제 때문에 1년 내내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한다. 학기 초에는 수업 개설에 곤란을 겪고 심지어 강의실이 없어 일부 대학원 수업은 저녁 시간에 배정되기도 한다. 학부생들은 백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7-80명이 정원인 강의실에서 시루에 담긴 콩나물 마냥 수업을 듣는다. 또 시험기간만 되면 시험을 치를 강의실이 없어 특수대학원 수업 강의실을 빌려 시험을 보기도 한다.

  사실 이 문제는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수요의 증가가 근본적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본교도 몇 년간 학생수는 꾸준히 증가해왔고 공간 부족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반복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언제나 새로운 건물의 확충만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신축 건물을 지을 때마다 학교와 재단은 공간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그러나 차라리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대학평가 때 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라든가 “건물 신축과 관련한 모 건설사가 싼 값에 쳐주기 때문”이라고. 차라리 그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쯤 되면 우리는 특정 건설기업이 부동산 시장 불경기에도 위기에 빠지지 않는 이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필자의 ‘음모론’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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