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엄지 / 소설가

 

  그는 열심히 이를 닦았다. 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일바닥에 침을 뱉었고 잇몸에서 피가 났다. 그는 생일을 기념으로 스케일링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을 하고나자 곧 뿌듯해졌다. 

  영 좋지 않네요. 치과 의사가 그의 입속을 뒤적이며 말했다. 

  그는 치과 안에 들리는 기계음에서 어떤 규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스케일링이 끝날 때까지 어떤 규칙도 찾을 수 없었다. 스케일링이 모두 끝났을 때 그는 턱이 뻐근했다. 

  금연하세요. 의사가 말했다.  

  담배 피지 않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탄산음료가 가장 좋지 않아요. 의사가 말했다. 

  단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오늘 생일이세요? 의사가 그에게 물었다. 

  네. 생일입니다. 그가 대답했다. 

  생일이라도 오늘은 술 드시면 안 돼요. 의사는 그에게 스케일링 후에 주의할 점 몇 가지를 말했다. 그는 의사가 엄격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술 먹지 않습니다. 간이 약합니다. 그가 대답했다. 

  4번 치아와 12번 치아의 충치 범위, 금이 간 앞니의 미래와 매복해 있는 사랑니가 어떤 각도로 삐뚤어져 있는지, 사랑니의 삐뚤어짐이 전 치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의사는 말했다. 그는 우울해졌다. 

  우울하군요. 그가 의사에게 말했다. 

  치료하면 됩니다. 의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돈이 없습니다. 그는 웃으며 의사에게 말했다. 

  어쨌든 생일 축하합니다. 의사가 그의 어깨를 한번 주물렀다. 

  감사합니다. 그는 물로 입을 한 번 더 헹궜다. 

  그는 치과를 나와 건물의 복도를 걸었다. 치과 옆에는 내과가 있었다. 내과 옆에는 피부과가 있었다. 피부과 옆에는 정형외과가 있었고, 정형외과 옆에는 이비인후과가 있었다. 연쇄적인 알코올 냄새. 그는 그들 사이에 어떤 규칙을 찾고 싶었다. 그는 복도의 끝에서 끝으로 걸었다. 그는 천천히 걸었다. 아무런 규칙도 찾을 수 없었고, 다만 복도가 길고 밝았다. 그는 오늘 무얼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잠이 오는 것도 같았다. 배가 고픈 것도 같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핸드폰 배터리가 없었고, 더욱이 충전기도 없었다. 그는 문득 4번 치아와 12번 치아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는 금이 간 앞니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했다. 미래라니. 매복해있는 사랑니의 음모, 그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에 건물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검고 구름은 알 수 없는 빛으로 무리지어 흘렀다.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는 새 우산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을 하고나자 곧 뿌듯해졌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