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시설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노조 결성

 
 


  학교에 청소노동자란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그녀들은 노동을 통해 생산에 소비된 잔여물들을 수거하고 처리한다. 7시-15시까지가 근무시간이지만, 그녀들은 매일 아침 주어진 과중한 청소업무를 제 시간에 마치기 위해 새벽 5시 반부터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하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녀들은 새벽부터 빗자루를 들어야만 했다. 이런 그녀들은 비정규직이며 동시에 간접고용노동자다. 또한 여성이며 고령의 노동자들이다. 그녀들을 규정짓는 네 가지 차원의 범주는 그녀를 발가벗긴 신체로 만든다. 그녀들은 침묵으로만 생존할 수 있게 훈육된다. 말하는 자는 감시대상이며 처단대상이다. 까딱 잘못 내뱉어진 말에 그녀들은 일터 밖으로 내쫓긴다. 그녀들은 권리 없는 자로서 건물 곳곳에 숨죽인 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청소노동자는 ‘근로계약서’라는 상상계 속의 텅 빈 종이에 기대 원청사용자인 본교, 용역업체 (주)TNS와 동등한 법적 계약주체로 마주한다. 하지만 노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녀들은 노동자가 아니며 ‘아줌마, 김씨, 이씨’가 돼버린다. 동등한 법적 계약주체인 줄만 알았던 학교와 용역업체는 그녀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채 감시하고 통제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유령이 아니다. 살아있는 노동자이며, 여성이다.


보이지 않던 그/녀들 모습을 드러내다


  지난달 27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 지부(이하 서경지부) 중앙대분회’가 본교 모처에서 출범했다. 이 날 출범식엔 중앙대분회 조합원, 15여 개의 서울·경기지역 대학분회 조합원 등 약 5백여 명이 모였다. 각 분회엔 청소노동자 뿐만 아니라 시설, 경비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 그/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본교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대해 발언했다. 특히 서경지부의 박창길 지부장은 “서울경기지역 어디의 학교사업장에서도 이러한 장시간의 노동시간은 본 적이 없다”며 본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서경지부에 가입돼있는 청소·경비·시설노동자들은 약 2천3백 명이며, 20여개의 학교 및 기업분회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이 된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됐지만 대부분 이전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폭력적이고 과격한 것’, ‘빨갱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구체적으로는 교육이나 자신의 권리를 찾아 투쟁하는 과정을 거치며 노동조합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본교의 청소노동자는 120명이며 4년 간 동결됐던 임금은 지난 8월부터 6백 원 인상돼 5천7백 원의 시급을 받고 주 40시간씩 5일 노동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5시-17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외 격주의 토요근무까지 포함해 매주 60-62시간 이상을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의 임금명세표에는 오직 40시간 노동만을 인정해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만이 청구된다. 청소노동자 A는 “새벽부터 나와 일하지만 용역소장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발언권은 커녕 상대해주지도 않고 잘못 말했다간 찍힌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청소노동자 B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노동조합을 알게 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중앙대분회를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노조를 통해 우리들의 빼앗긴 권리들을 쟁취해가겠다”고 중앙대분회 출범의 소회를 밝혔다.


노동권을 향한 행진을 위하여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노동엔 귀천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갖춘 사회에서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품을 생산해 화폐를 벌어들여야 한다. 가치 있는 노동은 화폐가 결정하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구체적 노동은 화폐의 양에 따라 서열이 매겨진다. 그렇다면 청소노동은 어떠할까.

  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고용정보원의 「산업별 직업별 고용구조조사(2009)」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는 426개의 직업 중 열한 번째로 노동인구가 많으며, 임금노동자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종사자가 많다. 이는 청소노동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필수적인 노동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평균임금은 81.8만원이다. 1주당 근로시간은 44.3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지만, 청소노동자의 임금수준은 전체 426개 직업 중 낮은 순위로 일곱 번째를 차지한다. 이는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의 머릿속 한 켠엔 ‘그녀들의 노동은 노동강도·노동일과는 무관하게 육체노동·단순노동이기에, 단지 반찬값 정도를 벌어도 족할 고령의 여성노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각각의 아줌마로, 개인으로 원자화됐던 그녀들은 이제 노동자로, 조합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출범식에 참석한 연세대 분회장은 “중앙대분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로 똘똘 뭉쳐 앞으로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1명보단 10명, 10명보단 100명이 더 큰 힘을 내고 그러한 단결만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길”이라 조언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스스로가 투쟁하고 싸워야 쟁취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혼자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노동권 쟁취의 역사를 통해 보아왔다. 모두는 타인인 동시에 자신인 것이다.

  ‘사람이 미래’라는 본교의 광고 속 사람엔 지금껏 그/녀들은 배제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앙대분회의 출범은 그/녀 스스로를 유령이 아닌 사람으로 호명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노동이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재생산 노동이자, 가치 있는 노동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확대된 생활임금 쟁취를 통해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단축된 노동시간을 통해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것, 그것은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누릴 권리이며 기본권인 노동권의 쟁취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녀들의 앞날에 빵과 장미가 함께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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