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R&D센터 101호에서 독어독문학과와 독일유럽연구센터가 공동주관하는 중앙게르마니아 <‘대중’을 다시 읽는다>의 여섯 번째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은 “데이비드 리즈먼: 고독한 군중”이라는 주제로 주은우 교수(사회학과)가 강의했다. 

  주 교수는 사회학의 고전인 데이빗 리즈먼의 저서 <고독한 군중>이 “사회 심리학 차원에서 많이 읽혔지만 동시에 대중사회론에서도 많이 언급돼 왔다”고 소개했다. 또한 책이 집필된 시기는 1950년이지만 6,70년대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현실과 더 잘 들어맞는 등 시대를 앞서 나간 통찰력 있는 저서라 평했다. 실제로 <고독한 군중>은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사회를 정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기도 하다.

  그는 리즈먼의 저서에서 사회적 성격 유형, 사회적 순응 방식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전통 지향형’으로 봉건 시대에 두드러졌던 성격 유형이다. 이들은 인습에 맞추어 사고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사고의 범주에 들어오지 않으며 행동하지 않는 등 전통에 잘 동조돼있다. 두 번째는 ‘내부 지향형’으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돋보이게 된 유형이다. 19세기의 이념적 부르주아들을 연상시키는 내부 지향형 인간들은 부모에 의해 교육 받아 내면화 된 사회화 초창기의 가치관에 따라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수미일관형으로 사고·판단해 행동한다. 세 번째는 소비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급증한 ‘타인 지향형’ 인간형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인간형으로 타인의 생각이나 평가에 대단히 민감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조정한다. 이것이 바로 전후 미국 사회의 지배적인 인성 유형이다.

  주 교수는 “어느 시대에 어떤 유형이 조금 더 두드러졌다는 것일 뿐이지 어떤 인간이나 이 세 가지 범주를 다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특정 개인을 경험적으로 판단 짓기 위한 범주가 아니며 특정 유형의 비교우위를 설파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사회, 시대적 맥락 속에서 변동을 이끌어나가는 인간 유형에 대한 리즈먼의 관찰과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배적인 규정을 곧이곧대로 추진/실행하는 것은 사회의 적이 된다”며 “한 사회의 진정한 적은 그 사회 논리와 반대 논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자신의 논리를 주창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내부 지향형의 지향이 너무 지나치면 자기의 원리 원칙 때문에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급기야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부의 전문가나 대중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로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이 개인화, 내면화로 침잠되고 있는 와중에도 어떤 판단의 기준은 타인에게 있다는 아이러니가 현대 사회에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를 마치고 “리즈먼을 다시 독서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에 관한 상당한 통찰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사회는 미국 못지않은 고도소비사회로, 50년대 미국사회를 대상으로 한 이 논의가 우리 사회 조건을 성찰하는데 교조적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통찰의 도구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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