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월까지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이 주관하고 대학원총학생회 인문계열과 본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가 공동주최하는 ‘2013 여름 자유인문캠프’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8개의 연속강좌와 4개의 워크숍이 열렸다. 그중 서동진 교수(계원예대 교양학부)는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 법이다-금융화의 정치와 문화>라는 제목으로 총 5회에 걸쳐 강연했다.
  지난달 12일에 열린 강좌에서 서 교수는 ‘금융화의 인식론’이라는 제목으로 금융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화폐와 신용에 대해 다뤘다. 그는 “고진은 마르크스가 상대적 가치형태라고 부른 것을 시니피에, 그리고 다시 마르크스가 등가형태라고 부른 것을 시니피앙과 등치시키고 이 둘이 결합된 가치형태를 기호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고진은 경제현상을 언어현상으로 다룰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한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러한 시도에 대해 “자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와 관련돼 있으며 최근 신용을 통한 화폐의 이해라는 특정한 경향에 의해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화폐는 이제 모사, 표상, 시뮬라크르와 같은 개념과 짝을 이루게 되고, 금융화된 경제는 바로 이런 언어적 현상으로서의 경제, 즉 기호와 상징의 순수한 경제적 실현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리다, 장 보드리야르의 주장들을 소개하며 브라이언 로트먼, 장-조제프 구와 같은 학자들의 사례를 살폈다. 각각의 사례들은 신용으로부터 화폐의 정체성을 도출하려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논의 속에서 서 교수는 “화폐를 둘러싼 문제는 곧 신뢰와 배임을 결정하는 문제가 되며 항간에 유행하는 ‘빚으로서의 돈’이란 담론과 짝을 이룬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런 주장들이 상품거래에 대한 금융거래의 지배를 표현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문화적인 장에서 구조주의가 유행케 한 배경을 마련해 주었다고 보았다.
  강의 말미에서 그는 다시 마르크스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마르크스는 화폐를 분명히 상품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때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은 사회적 구성물로서 화폐의 사회적 연관이며, 그것을 밝히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자본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관련해서는 “상품들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가치기준을 설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안에 위치한 적대적 사회관계를 폭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추상적인 사회적 힘으로서의 화폐를 비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허구로서의 화폐의 기만을 비난하는 것도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그들이 실제로 보지 못하는 것을 상징적 네트워크로 존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대적 사회관계의 억압이다”라고 강조하며 강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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