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지난달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의 세금폭탄론을 필두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나흘 만에 전면 재검토하는 세법개정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써 증세 없이도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임이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세수결손과 복지공약 추진을 위한 재정안정성 확보에 있다. 즉 과세기반을 확대하고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내건 카드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증세 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금누수를 막는데 있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은 과연 야당의 주장처럼 ‘세금폭탄론’인가?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박근혜정부의 공약 수정 재량권의 확대와 더불어 복지 재정 축소로 보편적 복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가령 증세가 어려우니 복지를 철회한다는 논리가 그 예다. 따라서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현 개정안의 변화부분을 살펴보고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조세저항을 넘어 어떻게 보편적 복지증세를 구현해나가야 할 것인지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 세법개정안을 살펴보면 일부 진전된 부분도 있다. 먼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세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존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자녀장려세제 도입 △종교인 과세 등은 바람직한 결과다. 이는 역진적 소득공제를 정비함으로써 일부 개선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부자감세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기업 법인세의 최저한세율(대기업 16%), 법정최고세율(대기업 22%) 인상 △금융소득 과세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누수와 조세도피처에 대한 적극적 조치는 반드시 누진적 증세 조치를 요구해야 할 부분이다. 증세논란은 4-7천만 원 구간의 세부담 증가에서 촉발됐다. 이는 월 1.3만 원(연 16만 원) 인상된 수치로, 사실 이들의 불만은 세금폭탄과 같은 과세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과세 형평성의 문제로 봐야한다. 따라서 역진적 조세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누가 세금을 부담할 것인가의 논의에서 진일보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에 대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간 계층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기존 대기업 과세와 부자증세의 중심으로 한 전통적 입장이 세금과 복지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이제는 시민이자 보편 복지확대를 위한 핵심주체로서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우리가 1.3만 원 더 낼테니 당당히 정부에 대기업 과세와 보편 복지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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