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 약학대학 생약학전공 박사과정

  현재 연구 중이거나 관심 있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대학원신문>에서 이공계 원우들을 위한 글이 부족하고 인문계 원우들에겐 또한 이공계관련 내용이 어렵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로 첫 글을 쓰고자 한다. 물론 그 주제는 필자가 석사과정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며 현재 직업의 근간이기도 하다. 본 글의 주제는“당신의 화장품이 위험하다”이다. 오늘 당신은 몇 가지의 화장품을 바르고 나왔는가? 더 정확히 몇 가지의 퍼스널 케어제품을 사용하고 나왔는지 생각해보자. 그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으며, 그 성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화장품 전문기업 로레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하루 평균 11.5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외국 여성들과 비교해 2-3배 많은 수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여성이 화장품을 너무 많이 바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이 화장품에 들어가는 몇몇 성분들이 발암물질, 내분비교란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의심을 받고 있어 화장품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학계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안전성에 문제가 되는 성분은 미량이지만, 여러 제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화장품 및 퍼스널 케어제품의 75% 이상이 방부제로 사용하고 있는 파라벤의 경우 이전에는 값이 싸면서 방부효과는 탁월한 아주 고마운 존재였지만 이제는 많은 석학들에 의해 위험성이 알려지고 있다.

  2004년 <Journal of applied Toxicology>에 실린 영국 리딩대학 필리파 박사 교수팀이 20명의 유방암 환자들의 체내 세포조직 내부를 관찰한 결과“파라벤성분이 모든 샘플에서 검출되어 예방적 측면에서 화장품 성분으로 사용하는 것에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파라벤과 내분비교란 및 유방암 관련 연구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고 현재 유럽, 그중 프랑스를 중심으로 화장품에 파라벤을 금지시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2007년 <Lancert>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기초화장품 뿐 아니라 색조화장품에 사용되는 황색 4호, 5호의 경우 립 제품을 통해 음식물과 함께 섭취될 수 있는데, 일정량 이상 섭취 시 과잉행동을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영국 식품기준청은 황색 4호, 5호의 사용을 어린이와 관련된 모든 것에 금지시켰다. 이는 식품에 허용될 정도로 안전하다고 했던 식용타르색소 중 하나였기에 그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몇 달 전에는 세정제의 항균물질로 많이 사용되는 트리클로산에서 불임, 성조숙증, 갑상선 질환과 같은 호르몬과 관련된 위험성 문제가 나타나자 미국 정부는 미국 식약청과 함께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안정성에 대한 실험 및 규제가 미비해 비교적 허가가 쉬웠던 과거의 허술한 허가구조 관행에 기인한다. 문제가 된 위 성분들은 화장품 및 퍼스널 케어 성분으로 인증을 받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현재는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안전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이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도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학계는 명백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태도도 여전히 수동적이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까지 이를 사용하는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에 대해 거론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나 연구가 미진한 상황은 문제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어려운 화학용어로 쓰인 화장품 성분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리고 화장품에 들어간 모든 것이 내 피부를 위해 좋은 기능을 할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문제의식 없이 매일 평균 열 개 이상의 화장품을 바르는 사이 여러분의 몸은 서서히 알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내리는 비에 목을 축여도 건강한 삶을 살았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우리 세대는 각종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되어 있고, 물 하나도 함부로 마실 수 없는 세대다. 이렇듯 타고난 환경이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깐깐하게 자신이 평생 바르고 사용해야 될 화장품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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