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엄지 / 소설가

 
 
 

  네가 태어난 곳은 어디지?
  꿈에서 그는 추궁 당했다.
  그는 언덕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가 확신하는 언덕은 금색 풀이 잔잔하고 끊임없이 부는 바람이 빛의 결을 바꾸는 곳.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가 태어나려고 태어난 게 아니고요.
  그는 다른 말만 했다.
  변명하지 마. 네가 태어난 곳은 어디지?
  추궁당하는 동안 그는 슬픔을 느꼈다. 무엇에 대한 슬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슬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슬픔에 익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그치지 마세요. 그는 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그는 참았다. 그는 잘 참는 편이었다. 다그침은 멈추지 않았다. 더욱 크고 더욱 집요하게.
  네가 태어난 곳은 어디지? 대답하지 않으면 팬티를 벗겨서 디엔에이 채취를 하는 수밖에!
  목소리는 협박조였다. 
  디엔에이 검사는 팬티를 벗겨야만 가능합니까?
  그는 반박했다. 곧 그의 팬티가 벗겨졌다. 동시에 디엔에이 검사가 진행되었다. 
  언덕에서 태어난 무가치로군.
  그의 출생지는 빠르게 밝혀졌다. 그는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울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를 울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발가벗겨진 채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울었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었다. 그는 턱을 떨면서 울었다. 이가 부딪혔다. 숨과 숨이 부딪혔다. 너무 격하게 울었기 때문에 그는 꿈에서 깨었다. 그는 침대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어두움을 느꼈다. 창밖에 비가 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빗소리 때문에 꿈에서 깨었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꿈이었다는 것, 그리고 새벽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얼굴에 눈물은 없었다. 해가 뜨려면 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했다. 그는 문득 허기졌다. 그는 보들보들하고 찰랑찰랑한 것이 먹고 싶었다. 냉면이나 회.

*김엄지. 소설가. 1988년 서울 출생.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단편 소설 <돼지우리>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대학원 신문에 소설을 연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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