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 뮤지션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달라.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당신의 생명을 구하라. 존경 받는 사람이 되어달라.”
  커트 보네거트는 그의 칼럼집 <나라 없는 사람>에서 시종일관 후손들을 걱정한다. ‘지구는 곧 망할 것 같고, 나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곧 죽을 것 같은데 젊은 너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거냐’는 거다. 그의 말대로 지구는 정말로 망할 것 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도록 힘을 모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아직 살아있는 젊은 나는 어쩔 것인가. 성경에 보면 전세계가 몽땅 잠겼던 대홍수 전날에도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놀았다던데, 그런식으로 두려움을 잊고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살라고 하지 않는다. 커트 보네거트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권력은 억측가들의 손에 있고 매번 그들이 승리하지만 그들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고된 일이다. 현명함은 자기 삶으로 증명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반성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현명하게 사는 법을 모르겠고, 그렇게 사는데 지칠 때는 주위의 현명한 사람이 누군가 찾아본다.
  지난해에 발표한 내 음반 <욘욘슨>의 7번 트랙 ‘삐이삐이’는 <더 코브>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릭 오배리에게 감명을 받아 만든 노래다. 그는 젊은시절 세계최초로 돌고래를 조련해 드라마에 출연시켜 많은 돈과 명성을 얻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바로 그 드라마 때문에 ‘돌고래가 조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귀여운 돌고래가 수영장에서 춤추고 돌고 뛰어오르는 쇼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전세계에 생겨난 수많은 돌고래쇼에 납품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수의 돌고래가 포획되기 시작했고, 쇼에 적합하지 않은 돌고래들은 학살되어 고기로 팔려나가게 되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조련한 돌고래 캐시가 스트레스에 못이겨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 릭 오배리는 그 이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돌고래를 강제로 포획, 사육해 쇼를 만드는 산업에 반대하는 돌고래 해방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돌고래를 사육했던 똑똑한 사람이었던 그는 이제 돌고래를 해방시키는 현명한 사람이 되었다. 실수하면 고치면 된다. 현명한 사람이 되자. 우리의 정부, 회사, 대중매체, 종교 기관, 자선 단체들이 아무리 타락하고 탐욕스럽고 매정하게 변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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