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영화 <일대종사>(2012)는 20세기 초반 중국을 배경으로 영춘권의 대가였던 엽문을 비롯 쿵푸 문파 스승들의 삶을 다룬다. 영화는 1920-30년대 전쟁과 기근을 통과해 1940년에 일본이 홍콩을 점령했다는 사실을 연대기 순으로 단순히 기술한다. 왕가위는 쿵푸인들이 가난과 시대의 풍파 속에서 단순히 고결한 정신을 지키기 위해 무술을 연마했던 것이라 주장하지 않는다. 쿵푸 스승들은 시대의 풍파 속에서 이미 쿵푸의 정신이 쇠락했으며 대를 지키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쿵푸인들이 쿵푸를 계속 했던 것은 무술로 일본인들을 처단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제자들은 오로지 쿵푸를 하면서 살다간 자신의 스승을 일대종사라고 칭했으며 자신도 스승처럼 무언가를 지키면서 살고자 했다. 즉 일대종사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만의 것을 지키다간 사람을 뜻한다.
  대학 입시제도가 또 다시 개편된다고 한다. 입시제도가 만들어진 이후로 벌써 수십 번째 개편이다. 이번 개편의 중점은 전인교육, 대입전형 간소화에 있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한국사를 수능 시험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는 한편 문-이과의 폐지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대해서는 3개의 안을 내놓았는데 1안은 현행의 문-이과 구분안, 2안은 일부 융합안, 3안은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다. 교육부의 이런 결정은 3개의 안을 일단 늘어놓고 여론의 눈치를 보겠다는 것으로 파악되며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입시 전형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으니 입시생들이 지금처럼 입학사정관, 수시, 수능을 셋 다 치를 것이란 점, 문-이과 융합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거라는 전망, 교육부는 전인교육을 추구하지만 되려 심층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이번 개편의 문제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고질적인 것들이며 전형 형식의 개편만으로는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펙 경쟁을 줄이겠다는 의지 없이 이루어지는 전형 형식의 개편은 그 이상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결국 쌓아야 할 스펙을 하나 더 추가할 뿐이다. 교육이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면 전인교육은 있을 수 없다. 전인교육의 목표는 입시가 아니라 입시 이후의 삶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모색은 앞 세대의 생존 경험을 되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부디 교육부의 조직원들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스펙을 요구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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