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가처분 소송 판결 논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적인 대처를 위해 우리 대학은 이미 많은 교비를 집행했습니다만 아쉽게도 신청인들은 또다시 8월 8일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지난 달 12일 중앙인에 올라온 기획관리본부장 박상규 교수의 말이다. 중앙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본교의 길었던 사투를 마무리 짓고자 하는 듯한 이 말은, 그동안 구조조정 대상 학과의 학생들을 법정에서 마주했던 시간들을 ‘교비 집행’이라는 행정 절차로 환원시킨다. 마치 학과를 잃은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승소한 것이 다른 학생들의 소중한 등록금이었음을 각인시키고자 하는 듯하다. 이렇듯 공대위의 가처분 신청 소송은 정의로운 판결문에 의해 각하/기각되었고, 아직까지 공대위는 ‘아쉬운 신청인들’이 되어 새로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학평의원회와 교육권 사이의 모호함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다. 우선 ‘대학평의원회’라는 모호한 조직을 생각해보자. 사립학교법에 의해 보장된 대학평의원회의 취지는 ‘학생, 직원, 교수, 동문 등을 모두 포괄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립학교의 독단적 전횡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취지가 거의 완전히 무시당한 것이 지난달 8일의 판결이었다. 소송을 담당한 하주희 변호사는 본교측의 심의 요청에 대한 평의원회의 거부가 ‘심의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판결에 대해 “남용이라는 것은 권리를 신의칙에 어긋나게 썼을 때 가능한 것인데,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학평의원회는 자신에게 부여된 심의권을 적법하게 행사하기 위해 숙고를 한 것일 뿐”이라며 “만일 정해진 심의기간 내(요청 후 60일 이내)에도 심의권을 행사하기 위한 논의를 못한다면 이는 사립학교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대위에 참여중인 박준성 씨(정치국제학과 4) 또한 “이를 단순한 심의 거부가 아닌 심의 보류로 봐야 한다”며, “사립학교법(제26조의2)에 근거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권과 대학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권, 그리고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마저 무시하고 대학평의원회를 허수아비 기구로 전락시키는 일에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사립학교법 자체에도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평의원회는 오로지 ‘심의’만 할 수 있는 기구로 이해되기 때문에 ‘의결’이라는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심의권을 강화해 심의에서 의결까지 가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법인화된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의 평의원회는 심의권만을 가진 상태다.

  또한 가처분 소송 원심 판결에서는 본교 측이 구조조정 대상 학과 학생들에 대해 전공선택권과 졸업시까지 수업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처분 신청자의 수업권과 신뢰이익이 침해될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을 또 다른 기각의 이유로 삼았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상 학과의 학생들은 이미 방중 진행된 수강신청에서부터 타 전공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전공과목 수를 확인했고, 학생대비 교수/강의실 비율 등 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지원이 감소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결국 법리적인 해석뿐만이 아닌 현실적인 측면에서부터 몸소 느끼게 되는 수업권 침해이자 교육에 대한 신뢰의 추락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학평의원이자 공대위에 참여중인 문성아 대학원 총학생회장(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은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야만 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도 전국대학원협의회를 비롯한 전사회적 단위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수업권 침해와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협동과정 혹은 촛불의 이름


  지난해 봄, 특수대학원(예술대학원)을 강타한 구조조정의 바람을 기억하는가. 지금 사회 전반을 휩쓰는 구조조정이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듯, 시계열적으로 바라보자면 그 영향력이 일반대학원을 잠식하는 것도 머지않은 일처럼 보인다. 특히 협동과정의 경우 이러한 구조조정의 논리에 대항하기에 너무나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계열 협동과정이었던 융합의약과의 경우 의학/약학/임상학과 간 연합을 통해 2년여 전 개설되었지만, 지난 학기 석사과정 지원자가 2명 이하를 기록하며 입학전형이 취소됐다. 게다가 교수/학생의 참여 부족으로 인해 자발적ㆍ자체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의약과 학과장인 김원용 교수(미생물학)는 “협동과정이란 발전된 연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폐과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면서 “초기의 취지와 달리 학과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늘어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재학생이 대부분 전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융합의약과의 재학생은 1명이며, 이는 사실상 전공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저 자연스럽기만 한가? 발전된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협동과정은 더욱더 교수들의 지원ㆍ협조에만 의존하게 되며, 지속적인 입학생의 유입이라는 토대 하에서만 그 존립을 부여받고 있다. 결국 이는 ‘전공 선택자 및 입학 지원자 부족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협동과정은 가장 좋은 제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BK21 플러스 사업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과는 그러한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학부에서의 구조조정이 일반대학원으로 스며드는 것은 결코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언제나 구조조정의 구조는 미리 구성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학문을 향해 타오르는 촛불이 있다면, 그것이 ‘정의로운 판결’과 같은 거센 바람에 너무나 쉽게 꺼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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