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옥 / 연세대학원신문 편집장

 

  어떤 종류의 신문이든 신문의 소임과 기능은 하나로 수렴된다. 리얼리티의 구축이 그것이다. 신문의 독자로 상정되는 집단이 호흡하는 일상의 대기를 채우고 있는 숱한 현실의 입자들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현실의 입자들을 보는 방식과 관점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의 리얼리티의 구축이다. 그것은 ‘눈’보다는 ‘시선’에, 렌즈의 초점보다는 렌즈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방향성 조율에 더 가깝다. 이렇듯 조율된 시선이 구축하는 리얼리티를 통해 신문은 집단의 자기동질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매개로 집단의 구성원을 ‘우리’라는 상징적 공간에 참여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중앙대 <대학원신문>은 상아탑으로 변질되기 쉬운 아카데미의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는 시선을 구축하고, 주어진 고정적 현실을 잠재적 가능성으로 액화시키는 운동 주체로서의 대학원생을 최초로 구현한 일종의 사건으로 자리한다.

  이번 학기 편집장이 되면서 <연세대학원신문>의 불투명한 앞날을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연세대학원신문>이 소속된 대학원총학생회 운영비가 등록금 자동책정에서 자율적 선택납부로 바뀌면서 신문발행비용 마련이 어려워져 학교 측의 교비지원 없이는 신문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지만 <연세대학원신문>은 학술과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카데믹 저널로 성격을 바꿔 앞으로 학술 담론을 중심으로 하는 학술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중앙대 <대학원신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성과 기동성을 갖춘 어떤 상상의 부대를 중앙대 <대학원신문>에 위임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리얼리티의 지형은 다르지만 두 대학원신문은 분명 일정 정도의 공유지점이 있다. 편집권 및 인사권 침해나 언론탄압 등의 문제에 처하거나 대학원생들의 무관심에 마음이 서늘해질 때, 나는 중앙대 <대학원신문>을 읽었고 거기서 어떤 위안을 받았다. 대학원신문의 보편윤리, 대학원신문이 잊지 말아야 할 리얼리티의 원본이 거기에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세대학원신문> 200호 특집을 어렵사리 준비하던 중 중앙대 <대학원신문> 편집장에게서 이번호가 300호라는 연락을 받았다. 국내 첫 대학원신문의 300호를 축하하는 마음과 더불어 300호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게 애써온 수많은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면에 실어 보낸다. ‘처음’이라는 위상보다는 그 처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지속해나가는 힘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파수꾼, 국내 대학원신문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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