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희 / 사회학과 석사과정

  현재 한반도 위기는 치킨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느 때보다 전쟁의 긴장이 최고조 국면인 것 같다. 이는 핵전쟁의 실행가능성 측면에서 94년 전쟁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놓여 있다. 현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
  재희: 먼저 북한의 의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이용하거나 도발한 후 협상과 원조를 받아내는 식의 행위패턴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두는 것은 ‘정상국가’, 즉 북미관계 정상화와 협상타결 등 ‘체제 안정화’다. 이는 2000년 10월 북미 공동 코뮤니케에서 기본 합의한 조항들로 풀어볼 수 있다. 이는 두 국가 사이의 쌍무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상태 완화,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바꾸는 등의 평화 협력에 관한 합의였다. 즉 북한의 정상국가화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나 ‘폭정의 전초기지’로 표현하고 각종 선핵포기와 선제공격 옵션 유지, 경제적 봉쇄 등을 통해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왔다.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노선 또한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핵 포기 외에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가적인 이유를 하나 들자면 체제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은 노상강도가 돈을 달라고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고, 공식 핵무기 보유국 포함 세계 10개국 이상이 핵을 보유하게 됐다. 여러 전문가들도 제기하듯 핵무기는 기존의 재래식 무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 정세의 주요한 쟁점의 한 가지가 핵무기라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빼놓을 수 없다. 
  재희: NPT는 기본적으로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기존 핵보유국의 핵무기는 인정하면서 수평적인 핵확산은 금지하는 체제다. 나아가 핵보유국의 핵군축을 강제하지 못하고 핵보유국의 핵능력 우위를 보장하는 체제로 기능하면서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가속화시켰다. 물론 NPT체제의 모순을 밝히는 것이 북한 핵무장의 정당화 논리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남한의 정치세력들은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에 있어 이분법적 도식(강경/온건 혹은 봉쇄/교류)으로 접근한다. 역대 정부들의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이는 적당하지 못한 것 같다.
  재희: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이라는 것도 사실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프로세서의 번안이고 이는 겉으로 접촉증대를 내세우며 군사 증강 및 현대화를 꾀하는 이중전략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 또한 김대중정부를 계승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말할 것도 없다. 항상 북한과의 문제에서 걸림돌은 미국·남한정부가 내세우는 선핵포기와 선제공격 옵션, 동아시아 내 군사력 증강 등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재희: 일단은 최고조에 다다른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과 도발의 조건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선제공격 옵션, NPT체제, 남한의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 경제 봉쇄(DBA) 등이 해결돼야할 문제다. 이것이 위기의 악무한을 끊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고 나아가 적극적 평화주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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