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협동조합’은 마법의 언어가 됐다. UN이 지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던 지난해 1월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국내에서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법의 정의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ㆍ생산ㆍ판매ㆍ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기본법 제2조)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무분별한 이윤추구 극대화와 조직 독점이라는 사회ㆍ경제구조적 한계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은 곧 문화예술계에도 퍼졌고, 최근 (독립)영화ㆍ음악ㆍ연극ㆍ출판ㆍ미술ㆍ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예술과 협동조합을 함께 생각할 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예술이 가지는 ‘공공성’이라는 차원이다. 예술의 생산은 사적영역에 귀속되지만 예술의 향유는 어디까지나 공적영역에 속한다. 나아가 예술의 생산 또한 대중과의 소통ㆍ공유를 통해 그들의 삶에 개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흔히 ‘공공예술’이라고 부르는 공공프로젝트는 이러한 차원을 환기한다. 둘째는 협동조합이 내재한 ‘자립 혹은 자생성’이라는 차원이다. 협동조합이 예술계에 던지는 화두는 결국 경제적 토대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즉 협동조합을 통해 예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자생적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술과 협동조합이 동시에 내포한 ‘민주성’이라는 차원이 남는다. 조합원으로서 예술인은 직접민주제의 원칙 아래 ‘1인 1표’라는 권리를 행사하며, 이는 공공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참여와 개입, 주민과의 소통이라는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렇듯 공공성ㆍ자생성ㆍ민주성이라는 개념의 절합을 통해 바라보면 문화예술계의 협동조합 확산이라는 징후는 일면 모순점을 지닌다. 그들의 연대는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실천되지만 정확히 그 공적 차원에 의해 기획ㆍ통제된다. 더불어 경제적 자립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공적 차원의 지원과 구조변화가 요구되나 오히려 협동조합은 예술산업과 시장의 위기를 기능적으로 관리하는 톱니바퀴의 하나가 됐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처방으로써 제안된 협동조합이 자본제 시장경제의 극복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예술인 복지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머물고 만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우선해야 하는 일은 협동조합이 덧씌운 마법에서 풀려나 시장의 톱니바퀴를 흔드는 것, 즉 예술과 협동조합이 가진 민주성이라는 차원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윤정기 편집위원 │ wood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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