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정 / 사회복지학과 석사졸업

 
 
  이 책은 노암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 현대사의 양심’이라 일컬어지는 하워드 진의 마지막 저작으로, 30년 간 잡지 <The Progressive>에 기고한 글을 집대성해 만들어졌다. 그는 세계 최고의 부와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안팎에서 어떤 식으로 인권이 처참히 짓밟히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이러한 상황을 만들거나 동조하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천박한 실상을 고발한다. 신경제라는 이름의 이윤 체제하에 강요된 무수한 희생, 자유와 민주주의의 구호를 앞세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일상화 등 역사의 반추를 통해 현실을 진단하면서도 인간적인 목소리로 모두의 아픔을 보듬는 하워드 진의 글은 놀랍도록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저서 곳곳에서 진보적 가치를 이해하기 쉬운 탁월한 문체로 전달하고 있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다. “평등의 핵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생애 동안 좋은 것과 필요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권력층의 탄압이 자행되던 80년대 미국을 우리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한국의 현대사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이 한 국가에 초래할 수 있는 폐해를 우린 이미 잘 알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또 다시 올지도 모르는 이러한 비극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하워드 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각성해 일어나는 시민들의 힘 앞에서는 그들의 권력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며, 우리는 바로 그 결정적 시점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가 권력층에게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고 그들을 통섭의 길로 끌어내려는 압박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민 권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굳게 잠겨 있는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 하나를 하워드 진에게 선물 받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보자. 그 열쇠로 자물쇠를 풀 것인지 혹은 그냥 지나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하워드 진은 당신에게 자물쇠를 열면 보다 더 평등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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