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특집
운동의 위기와 자기계발 주체정상협 /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 부장
윤정기 기자  |  wood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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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호]
승인 2013.03.07  0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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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시대, 그 중심에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12년 경제위기는 유럽에서 많은 민중저항을 첨예하게 드러냈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본주의는 쉽사리 붕괴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지독한 독감에 걸린 환자처럼 장기간 슬럼프에 빠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러한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진보정당운동 또한 위기에 빠졌다. 자본주의의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대안이 있음을 말하고 체제변혁을 위해 대중을 이끌어 나가야 할 진보정당은 현재 무기력증에 빠졌다. 진보라는 이름을 갖는 정당이 3개가 있고 87년 이후로 가장 많은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있는 현 상황에서 말이다. 3개 정당의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어떤 정당은 대중들의 신망을 잃었고, 어떤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이 뭔지를 몰라 혼란에 빠졌고, 또 다른 정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역량이 급격히 쇠퇴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은 어떠한가? 노동운동 또한 위기의 순간이다. 대중운동의 중심축이자 한때 한국사회와 시대를 주도한 노동운동 또한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지난겨울부터 이 땅에서 살 수 없는 노동자들이 철탑에 오르고 굴다리 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게다가 학습지 교사들마저 성당 종탑에 오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대선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열사가 되어간다. 이처럼 비상한 시국상황에 할 수 있는 조치는 몇 번의 간헐적인 대형집회일 뿐 특별한 돌파구를 만들고 있지 못한 게 지금의 운동 현실이다.

이중의 위기


  이러한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의 위기 속에서 학생운동 또한 위기에 처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 학생운동의 위기라는 말조차 너무 오래되어 언제부터 위기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십 년 전만 해도 농담 섞인 말과 함께 비운동권 계열이 총학생회를 이끄는 것이 기사화 됐지만 지금은 운동권 계열이 총학생회를 잡으면 그것이 기사화 된다. 지금 대학 내 현실에서 운동권이 학내 대다수 학생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이제 대학 내 학생들은 신자유주의에 가장 잘 적응한 주체들이다. 이들은 자기계발 주체 혹은 성과주체라고 일컬어진다. 바로 자본이 요구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이들은 기업의 요구에 맞춰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스로를 계발해야 한다. 자기 자신이 바로 기업화된 것이다. 기업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고 퇴출당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들도 자기 자신들을 끊임없이 계발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배제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대학생활이 자기 자신들을 계발하고 더 좋은 상품으로, 가장 높은 가격 즉 가장 좋은 기업 혹은 직업을 갖는 삶의 긴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주체들은 대학의 기업화 논리에도 쉽게 순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자기계발 주체들이 대학의 구성원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학생운동이 들어갈 여지는 많지 않다. 운동권이 급진적인 이론을 갖고 사회변혁을, 자본주의의 대안을, 어쩌면 사회주의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기계발 주체에게 자본주의라는 것은 이미 상수에 속하는 상식이며, 자본주의 외의 대안은 없는 셈이다.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가자는 이야기에 동의를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운동권 계열은 총학생회를 차지하면서 학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치적 구호와 사회참여보다는 학내에서 학생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줘야 한다는 말로 학생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들은 학내 편의/휴게시설부터 다양한 취업프로그램같은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학생회 차원에서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러한 공약은 학생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비운동권 계열의 안정적인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됐다.

  그러자 운동권 학생들도 비슷한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 사회운동참여와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는 것보다 학생 복지를 내걸기 시작했다. 때로는 등록금 투쟁을 통해 비운동권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등록금 투쟁의 경제적 요구는 기업화된 대학을 다시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정치적 요구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구호를 외쳐도 실질적인 물질적 힘을 가지고 학생대중을 사로잡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운동권이라는 말 자체는 현실을 바꾸는 운동을 하는 집단이 아닌 몇몇의 사회와 동떨어진 시대의 뒤쳐진 집단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따라서 학생운동영역에서 새로운 운동주체들의 지속적인 생산은 불가능해졌고 학생운동은 점점 소수만의 운동이 되어갔다.

  그런 과정에서 운동 내에서 가장 선명한 이념을 가지고 영역 내의 주도권을 쥐었던 학생운동은 옛말이 됐다. 더불어 다른 운동들이 위기에 빠진 지금, 학생운동도 함께 수렁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이러한 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80년대에는 학생활동을 탄압하는 군사독재정부가 있었고 한국사회는 숨을 쉴 수 있는 자유조차 없는 야만적인 모습이었다. 학내 집회는 금지됐고 많은 사회과학 서적들은 금서가 되어 아무도 읽으면 안 되는 불온도서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에 반하는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강한 폭력과 억압이 있었다. 그렇기에 군사정부에 대한 강한 저항이 있을 수가 있었고 또 다른 대안사회에 대한 강한 욕망을 가진 운동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에게는 저항을 해야 할 마땅한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하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 사회를 제시할 이념이 명확하게 존재할까? 소련 사회주의는 붕괴했고 북한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대안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운동의 이론적 무기인 맑스주의는 더 이상 체제의 위협이 되기엔 그 이론적 수명이 다한 듯하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 대학이라는 공간, 즉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끝난 공간에서 학생운동을 어떻게 재건할 수 있을까? 학내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가 점령했고 학생들의 대다수는 거기에 순응하는 주체가 되어버렸다. 게시판에는 대자보가 아닌 토익광고와 대기업 취업 전단이 도배되어 있고 학교는 더 이상 학문의 공간이 아니라 취업문의 공간이 됐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운동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이 위기의 시대는 자기 자신을 지배/계발하고 그를 통해 자본주의에 지배당하는 주체들이 다수여도 저항하는 또 다른 주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반자본주의 운동을 이끌 주체, ‘대안이 없다’는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인 순응적 주체가 아닌 끊임없는 운동 속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는 주체들의 탄생은 멀지 않았다고 믿기에, 대학이라는 공간을 포함해 자본주의가 재편한 모든 영역에서의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낡은 것은 사라져 가지만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것을 위기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낡은 것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오지 않았지만 낡은 것을 규정하기 위해서라도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것, 새로운 시대, 그리고 그 시대를 만들어갈 새로운 투쟁하는 주체의 시기가 도래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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