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튀세르와 라캉의 실재



  지난 1월부터 자유인문캠프 기획단과 본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의 공동주최로 ‘2013 자유인문캠프’가 인문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자유인문캠프에서는 총 14개의 강좌가 열렸다. 그중 최원(로욜라대 철학박사) 씨는 알튀세르와 라캉에 대한 이론적 오해를 정정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알튀세르와 라캉>이란 주제로 4회에 걸쳐 강연했다. 

  세 번째 강좌였던 ‘라캉의 실재와 알튀세르의 실재’에서 그는 “알튀세르는 경찰에 의해 호명된 개인이 뒤를 돌아보는 것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는 것을 구분하지만 여기서 선택은 자율적 선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호명된 개인에게 주어진 선택은 ‘강제된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강제된 선택은 라캉의 개념이며 알튀세르의 예시를 노상강도의 예시로 바꾼다. “노상강도는 개인에게 돈과 목숨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 이는 선택의 비대칭성 때문에 엄밀하게는 선택이 아니다. 이렇게 이미 결정된 주체는 강제된 선택을 통해 언어의 장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은 자신의 선택인양 오인하게 되고, 이미 언어의 장 속에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주체는 스스로 사후적으로 자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아가 최 강사는 주체에 복종과 자율성이 동시에 함축돼 있음을 지적하며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ISA), 폭력적 국가장치(RSA)의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 두 가지 장치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침투적이며, 구별시키면서 서로 결합한다”고 말한다. “양자의 차이는 강요된 선택에서 오는데,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는 선택이라는 형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한 크레모니니의 회화를 통해 자율성의 환상 이면에 타율성의 공백을 설명했다. “욕망, 반복충동과 더불어 공백은 바깥(타자)을 지시하고 실재가 된다. 그는 내적외부(extimate)이며, 바깥이며, 중심이 되는 것”이다. 연이어 최 강사는 라캉의 환상공식을 언급하며 “주체와 타자 사이의 변증법에 의해 문제가 되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기표”라 말했다. 반면  “알튀세르에게 실재는 기표가 아니라 이질적인 심급들이 지시하는 실천들의 복잡한 집합으로써 사회적 전체다”. 다시 말해 “성적 충동,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 기표 등의 심급이 결합돼 있는 계급적대적 구조가 실재”라는 것이다. 

  최 강사는 “포이에르바하의 공식, 즉 ‘어떤 주체의 본질적인 대상은 그 주체의 대상화된 본질’이라는 거울반영이 이데올로기 내부의 공간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이데올로기와 그 바깥의 실재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개인이 자신의 실재조건에 대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상상적 재현’이라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의를 인용하면서 “개인이 관계 맺는 방식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심급으로 성립돼 있다”고 말했다. “주체와 대상의 관계는 단순한 반영관계가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실천적으로, 사회적 심급으로 기입돼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강사는 “잘못된 것(환상)에 대해 개인에게 설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수준에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며 “실천이 개입돼야 하는 건 주체가 갖는 표상이 아니라 원인이 있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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