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좁게는 학생회 선거로부터 넓게는 대선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선택으로 삶이 윤택해지거나 불편해질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라도 선택은 일정한 결과를 도출한다.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누군가에게도 실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선택이다. 물론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선택의 결과가 별로 탐탁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어디론가 도망가거나 아예 신경을 끄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선택된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대세를 거스르고 싶다면 다음 선택을 위해 분주히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실컷 선택하고 보니 그놈이 그놈이고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나돈다. 정치 혐오의 오래된 산물이며, 지금껏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과 정당들의 철새 같은 이합집산, 소모적인 이권 다툼, 낯 두꺼운 말 바꾸기, 제 뱃속 채우기 등을 지켜보면서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통합, 소통, 진정성, 윤리 등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축하고 있던 단어들은 정치인들의 남용에 의해 참뜻에서 멀어지고, 급기야 저급한 정치적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거짓과 선동으로 치장된 교언영색을 대하며 대체 누구 말이 옳은 것인가 고개를 젓게 된다. 이제 더는 그들의 언변에 휘둘리지 말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활약한 이들이 ‘팩트 체커’(정치인 발언 검증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소속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구사하는 말을 공인 기록과 비교하며 꼼꼼히 분석해,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혀내고 이를 기사화한다.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인 셈이다. 각 진영의 전당대회, 대선 TV 토론, 광고, 성명, 후보들이 꺼내는 말 한 마디가 모두 이들의 감시망 안에 있다. 그들은 정치적 수사의 근원을 검사해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것이 바로 ‘팩트 체커’의 핵심이다.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내뱉은 뒤에 나 몰라라 하는 한국 정치로서는 굉장히 겸연쩍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팩트 체커’가 필요하다. 자신의 논리로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모든 집단의 대표자들에게도 ‘팩트 체커’의 기능은 유효하다. 오로지 권력을 잡으려 내뱉는 온갖 터무니없는 말을 가려내기 위해, 많은 것을 좌우하는 한 번의 선택을 위해 우리는 좀 더 사실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 거짓된 선동은 결코 사실에 근거한 논리를 이길 수 없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