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조사

 

  얼마 전 중앙인 커뮤니티에는 청소노동자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었다. 닉네임 ‘20080638’은 글을 통해 “총학에서 주관하는 일회성, 유희성 이벤트보다 학생들의 사소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더불어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인터뷰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는 아웃소싱을 통한 비정규직화이며, 따라서 정규직화가 가장 확실한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교수/교직원과 청소노동자의 수직적 관계성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삶, 그들의 시선


  현재 본교 흑석캠퍼스에는 총 110명의 청소노동자와 40명의 방호원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용역업체(㈜티엔에스개발)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이 실제로 받는 월급은 백3만 원 선. 법정 최저임금(올해 기준 4,860원)으로 주당 40시간을 일했을 때 95만7220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약서상 7시-17시로(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 명시된 노동시간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내 청소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출근은 보통 새벽 5시 반-6시 정도로 계약서상 출근시간과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학생들의 첫 수업 이전에 청소를 마무리해야 하는 문제로 규정보다 훨씬 일찍 출근하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A 씨는 “계약서상의 출근시간은 허울일 뿐, 실제로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더불어 B 씨는 “차라리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퇴근을 1시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면접 시 주 5일 근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C 씨는 “토요일은 격주로 근무해 다행이지만 지난 9월부터 지급된 식대를 받기 전에는 그나마 최저임금도 안 됐던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지급되는 월 5만원의 식대로는 제대로 된 식사가 힘들며, 점심식사 시간도 매우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는 도시락을 싸오는 등 직접 끼니를 해결한다.

ⓒ 전상진
ⓒ 전상진


  이는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과 비교했을 때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현재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 함께하는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울/경기 지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학교/업체 측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올해 4월 대부분 사업장의 기본급을 5,100원(월 백6만5900원)까지 인상하고, 월 6만 원의 식대와 명절상여금을 받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흑석캠퍼스의 현실은 소통의 창구가 없는 ‘막힌 창’과 같다. 청소노동자 D 씨는 “화장실의 휴지통이 너무 작아 힘들지만 학교 측에 건의하기도 힘들다”며 “노조가 있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방호원 K 씨는 “무인경비시스템이 도입돼도 피곤한 건 매한가지”라며 “야간 순찰근무(새벽1-4시)는 임금으로 책정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에 관해 ㈜티엔에스개발 한상용 소장은 “근무시간 조정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의 경우 따로 야간 근무자 4명이 청소를 하지만, 화장실 위생문제 등으로 항상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토요일은 단축 근무를 실시하며, 건물 당 휴게실이 하나씩 배치돼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노조)가입은 말도 안 되고 청소노동자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삼권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뿐만 아니라 휴게실의 경우도 신축 건물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대부분의 노후한 건물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부당한 근무조건에 대한 개선 모색 없이, 현 인원과 상황논리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업체 측의 시선과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노총에 가입된 안성캠퍼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임금이 백5만 원 선으로 인상됐고, 주 5일 근무가 비교적 잘 지켜진다는 의견은 있었지만 청소노동자 1인 대비 지나치게 넓은 업무 범위와 강도, 그리고 8시-18시라는 근무시간은 여전히 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안성캠퍼스 용역업체인 ㈜청우TS 김영섭 소장은 “현재 청소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노조를 결성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현 노조 가입 인원도 전체의 과반이 채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소장 또한 “업체의 일원으로서 노조를 반길 수는 없다”는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내년 2월 28일이면 본교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계약은 1년이 원칙이며 정년은 만 65세다. 본교에서 6년을 일했다는 E 씨는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가 이뤄지긴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며 간접 고용으로 인해 재계약의 공포를 겪는 심정을 밝혔다. 현재 본교 측은 청소노동자 관련 자료 요청과 노조 가입에 대한 의견, 분리수거 수익금의 배분 등 본지의 질문을 모두 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한편 업체에서는 본지 인터뷰 이후 청소노동자를 찾아가 인터뷰 내용을 확인한 경우도 있었고, 미리 업체의 방문을 받은 일부 청소노동자는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게다가 교직원으로부터 노조 결성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는 이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본교/업체 측의 이러한 무관심/과잉 관심이라는 양가적 태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에 참여했던 홍명교 씨(돌곶이포럼 회원)는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공감대의 확장을 바탕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용기와 학생들의 지원이 결합돼 ‘선언’으로 나아간다면 개선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피력했다. 이제 우리는 알튀세의 말을 따라 “오래 지속되는 미래”에 관해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이 글은 쓰이지 않았다. 이 글이 제대로 ‘쓰이게’ 될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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